시읽는기쁨

쉬 / 문인수

샌. 2009. 7. 29. 10:16

그의 상가엘 다녀왔습니다.

환갑을 지난 그가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생(生)의 여러 요긴한 동작들이 노구를 떠났으므로 , 하지만 정신은 아직 초롱 같았으므로 노인께서 참 난감해 하실까봐 "아버지, 쉬, 쉬이, 어이쿠, 어이쿠, 시원허시것다아" 농하듯 어리광 부리듯 그렇게 오줌을 뉘였다고 합니다.

온몸, 온몸으로 사무쳐 들어가듯 아, 몸 갚아드리듯 그렇게 그가 아버지를 안고 있을 때 노인은 또 얼마나 더 작게, 더 가볍게 몸 움츠리려 애썼을까요. 툭, 툭, 끊기는 오줌발, 그러나 그 길고 긴 뜨신 끈, 아들은 자꾸 안타까이 땅에 붙들어매려 했을 것이고 아버지는 이제 힘겹게 마저 풀고 있었겠지요. 쉬-

쉬! 우주가 참 조용하였겠습니다.

- 쉬/ 문인수

외할머니는 온몸을 끌며 요강을 찾아 마루로 나가셨다. 그러나 요강 위에 오르시지는 못하시고 애만 쓰시다가 달려온 딸에게 몸을 맡기셨다. 겸연쩍은 표정이 얼굴을 스친 것 같았다. 성격이 깔끔하셔서 절대 남에게 의지하시는 분이 아니었는데 세월은 마지막 남은 자존심마저 무너뜨리고 있다.

예순 아들과 아흔 아버지의 장면이 눈물겹다. 나로서는 남의 일 같지 않기 때문에 이 시가 더욱 애틋하게 다가온다. 아들이 어렸을 때 아버지가 그랬을 행동을 이번에는 반대로 반복하고 있다. '쉬'는 오줌을 누시라는 신호면서 동시에 주위에 대해 조용히 하라는 뜻도 가진다. 그만큼 이 시에는 생의 엄숙함과 진지함이 담겨있다. '툭, 툭, 끊기는 오줌발, 그러나 그 길고 긴 뜨신 끈'....삶이란 살아지는 것이고, 살아내야만 하는 그 무엇이다.

'시읽는기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발자국 / 김명수  (0) 2009.08.06
묵뫼 / 신경림  (0) 2009.08.02
삶의 아름다운 장면 하나 / 용혜원  (0) 2009.07.24
? / 문무학  (1) 2009.07.21
치마 / 문정희  (1) 2009.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