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삶의 아름다운 장면 하나 / 용혜원

샌. 2009. 7. 24. 07:09

그대에게

기억하고 싶고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고

누구에게나 말하고 싶은

 

삶의 아름다운 장면

하나 있습니까

 

그 그리움 때문에

삶을 더 아름답게 살아가고 싶은

용기가 나고 힘이 생기는

삶의 아름다운 장면 하나

 

- 삶의 아름다운 장면 하나 / 용혜원

 

집에서 놀다보니 아침에 방송되는 KBS TV의 '아침마당'을 가끔 보게 된다. 어제는용혜원 시인이 출연해서 삶에 대한 강의를 한 시간 동안 했다. 용혜원 시인은 사랑에 관한 감미로운 시를 쓰시는 분으로 알고만 있었는데 본인의 모습과 목소리를 들은 것은 처음이었다. 전에 그분의 시를 접하면서 시인은 어떤 분이실까 하고 궁금해 한 적이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시를 통해서 연상되었던 이미지와 실제의 모습이정반대였다. 조용하고 여성적일 줄 알았는데 전혀 딴 판이었던 것이다. 용혜원 시인이 저렇게 수다꾼(?)이라니, 처음에는 강의 내용보다 내가 품었던 이미지와 너무나 다른 시인의 모습에 당황스러웠다.

 

알고보니 용혜원 님은 시인이면서 목사이고, 또 성공세미나 강사이기도 하다. 강의를 통해 보니 굉장히 재미있고 에너지 넘치며 유머러스한 분이셨다. 시만 접하고 이런 사람일 것이라고 단정한 내 선입견이 잘못된 것이었다. 우리가 살면서자주 저지르는 오류 중 하나가 다른 사람을 자기 식대로 해석해 버리는것이다. 내가 만든 환상에서 벗어나 시인이 어떤 분이시라는 걸 조금이나마 알고나니 시인의 시가 또 다른 각도에서 새롭게 읽혀진다. 시는 시인의 인간됨, 삶의 모습과 분리될 수 없다.

 

이 시는 시인이 강의 말미에 소개해 주신 것이다. 그렇다. 아무리 세상이 팍팍해도 가슴에 아름다운 사람 하나, 아름다운 장면 하나 품고 사는 사람은 결코 쓰러지는 일이 없으리라. 아무리 가물어도 쉼없이 솟아나는 깊은 산속 샘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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