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백덕산

샌. 2009. 6. 22. 10:44



히말라야 팀 일곱 명이 백덕산에 올랐다. 아침 7시에 서울을 출발하여 산행 기점인 관음사까지는 세 시간이 걸렸다. 백덕산(白德山, 1350m)은 강원도 영월과 평창에 걸쳐 있는 산으로 등산객들에게는 주로 겨울의 눈 산행지로 인기 있는 산이라고 한다.

 

등산 지도를 보니 몇 개의 라운딩 코스가 있는데 우리는 맨 오른쪽의 신선바위봉길을 택해 올랐다. 멀리선 본 백덕산은 푸근해 보이는 육산인데 관음사에서 오르는 길은 무척 가팔랐다. 또 곳곳에 암반이 있어서 밧줄을 이용해 올라가야 했다.

 

어제까지 내린 비가 그쳐 다행이었으나 습도가 높아 모두들 땀을 비 오듯 흘렸다. 습도가 높은 날 왜 더 땀이 나는지 누군가 물었고 서로의 의견 교환 끝에 그럴 듯한 결론을 이끌어냈다. 땀이 증발하지 못하므로 기화열이 부족해 피부 온도가 높아져서 더욱 땀이 나게 된다는 해석이었다.

 

능선에 올라 점심을 먹고 신선바위봉을 지나 백덕산 정상에 올랐다. 여느 산 정상이나 마찬가지겠으나 여기서도 사방의 정상이 시원하고 장쾌했다. 끝없이 펼쳐진 산맥의 물결이 달리고 그 사이사이로 인간의 마을이 항구처럼 자리잡고 있었다. 멀리 치악산이 높았다.

 

우리는 사자산을 거쳐서 하산하는 긴 라운딩 코스를 욕심내기도 했으나 시간이 지체되어 당재에서내려가는 계곡길을 택하기로 했다. 그러나 당재을 한참이나 지나쳐 다시 돌아왔으나 내려가는 길은 사라지고 없었다. 몇 해 전에 이곳에서 사고가 났었고 그 뒤로 길이 폐쇄되었다고 한다. 다시 작은 당재까지 되돌아가서 하산했는데 이 길이 최악의 난코스였다. 급경사의 너덜지대를 겨우 통과해서 계곡에 이르렀는데 등산로는 군데군데 끊어져서 길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몇 해 전의 태풍으로 계곡은 상채기가 많이 났고, 길은 엉망이 되어 있었다. 더구나 물기 묻은 돌은 미끄러워 일행은 악전고투를 해야 했다.

 

그보다도 해 지기 전에 내려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우리를 더욱 초조하게 했다. 아마 하지 부근으로 낮이 가장 긴 철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꼼짝없이 산속에 갇혔을 것이다. 산을 빠져나오니 바로 어둑해졌다. 두 시간 정도 예상했던 하산길이 네 시간이나 걸렸다.

 



산행 경력 30여 년의 베테랑인 장대장도 이런 산길은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나마 드문드문 달려있는 선행자의 리본이 없었더라면 길 찾기가 더욱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도 능선에서는 예쁜 산길이 있었고, 계곡에서는 뜻밖의 선물처럼나타난 폭포도 있었다. 천자폭포라고 하는데 이끼와 어울리며 그런대로 볼 만 했다.

 



백덕산에는 오래된 참나무류가많다. 숯가마 터도 있는 걸 보니 예전에는 이 산에서 참나무 숯이 많이 생산되었던 것 같다. 정상을 지난 산길에서 특이하게 생긴 나무를 만났다. 나무 가지가 묘하게 구부러져 있다. 사람들은 이 나무를 서울대나무라고 부른다고 한다. 생김새가 서울대 교문을 닮았다나 어쨌다나. 만약 이 나무가 서울 근교에 있었다면 수험생 학부모의 기도목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몇 가지 꽃들을 만났다.

 



산에는 함박꽃나무도 많았다. 전체적으로 꽃은 한창 때를 지났지만그 순결한 아름다움은 눈길을 사로잡았다.

 



진한 라일락 향기가 나는 이 꽃은 꽃개회나무로 추정된다. 그러나 정확한 이름인지는 자신이 없다.

 



꿩의다리의 한 종류일 것이다. S가 무어라고 했는데 지금 그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바위에 뿌리를 내린 바위떡풀 잎이 예쁘다.

 



역시 바위 틈 사이에 자리를 잡은 바위양지꽃이다. 이런 산꽃들의 생명력을 접하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이번 백덕산은 아마 오랫동안 잊지 못할 산행지가 될 것이다. 오래 걸었고 힘들었다. 내려오고 나니 온 몸이 쑤신듯 아팠다. 아마 처음 마음 먹었던대로 사자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을 계속 탔더라면 아주 멋진 산행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순간의 선택이 명암을 갈랐다.인생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하나의 선택을 함으로써 우리 앞에는 그에 따른 인생길이 열린다. 다른 선택은 다른 인생길을 결정한다. 수많은 가능성 중에서 우리는 하나를 고른다. 불가피한 상황적 측면도 있지만 결국 각자의 인생은 스스로의 몫일 뿐이다.

 



* 산행 경로; 관음사 - 전망바위 - 신선바위봉(1089) - 삼거리 - 백덕산(1350) - 작은 당재 - 당재 - 작은 당재 -천자폭포 - 삼거리 - 관음사

* 산행 거리; 약 18 km

* 산행 시간; 10 시간(10:00 -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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