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여자에 대하여

샌. 2009. 6. 6. 10:20

'아미엘의 일기'를 읽고 있다. 평생을자신의 내면을 관찰하면서 인생의 의미에 대해서명상을 한 고독한 철학자 아미엘, 그도 사회적 통념에 따른 편견을 벗어나지 못한 부분이 있다. 바로 여자에 대한 관점이다. 아미엘이 살았던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은여성에 대한 왜곡된 의식이 지배하던 시기였다. 여자를 동등한 인격체라기보다는 남자에 종속된 존재, 또는 정신적 미숙아 정도로 여겼던 것 같다.

그렇더라도 시대의 고정관념과 내적 싸움을 한아미엘의 여성관은 이해하기 힘들다. 그가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다는 사실과 연관지어 볼 때 아마 성장 과정에서의어떤경험이 관계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아미엘의 여성관을 엿볼 수 있는 일기내용 중 일부는 다음과 같다.

'여자는 수수께끼다. 여자는 멀리 도망치기를 좋아하며, 불합리적이며 비논리적인 모순덩어리다. 여자는 악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여자를 상대하려면 선의와 인내가 필요하다. 여자는 불가해한 괴물로, 남자의 기쁨이 되는 동시에 공포가 된다.'

'오늘날까지도 동서를 불문한 여러 나라의 현행법상으로 여성은 여전히 미성년자다. 왜냐하면 여자는 아직도 자연에 의존하고 있으며 광기의 축소라고 할 만한 격정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여자의 영혼에는 애매모호하고 신비적인 데가 있어서 하찮은 미신에도 금세 넋을 잃고, 또 남자의 정신마저 흔들리게 한다.'

'어떤 남성이나 민족을 막론하고, 또 문학과 시대를 불문하고 한번 여성화의 길로 들어서면 곧바로 타락해 버린다. 남녀가 평등해지면 여자는 싸움을 원한다. 권력을 이양하면 폭군이 된다.'

'여성적인 요소가 지배하면 종교도, 예술도, 시도, 풍속도, 국가도 변질하면서 퇴폐상태가 된다. 나는 여자를 너무 믿어왔다. 이런 태도는 고쳐야 한다. 여자의 역할이 우세해지면 불행해진다.'

'정의보다 특별한 호의를 베풀어주길, 지혜보다 미신을, 지식보다 여론을, 진리보다 오류를 좋아하는 여성에게 중대한 문제를 맡겨 처리케 해서는 안 된다. 여성은 재판관이나 혁명가, 건설가, 발명가가 될 자질이 없다.'

'이 세상의 진보는 여자의 의지가 배제됨으로써 비로소 이루어진다. 발명하고, 발견하고, 쇄신하고, 계획하고, 시도하는 자는 남자다. 창조하고, 정복하는 자도 남자다.'

이런 것들이 당시 남자들의 통념이었는지도 모른다.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여자를 정신적 미성년자라면서 투표권을 주지 않았다. 그 시대에서 여자와 어린이는 정상적인 인간 취급을 받지 못했다. 그렇더라도 그런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철학자요 명상가의 역할이 아니던가. 아미엘의 여성관은 우리가 얼마나 개인적인 경험이나 사회적 사고방식의 틀에서 벗어나기 힘든지를 보여준다. 지금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이참으로 어리석은 관념이었음을 훗날이 되어서야 알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여성성을 찬양한 2천여 년 전의 노자의 견해는 탁월한 데가 있다. 적어도 노자는 정복하고 창조하는 남성성을 찬양하지는 않았다. 또한 어린이를 하느님 나라에 비유하며 함께 한 예수도 마찬가지다. 만약 세상이 진보하고 있다면 공허한 명상가들이 아니라 고정관념이나 자의식을벗어난행동하는 선각자들에서 더 큰 빚을 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아미엘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인간적인 약점이 있는 법이고, 시대의 통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옛날의 노예제에 대하여 회의를 품은 당시의 현인들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지금의 기준으로 과거나 그 시대의 가치관에 대해 재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것은 또한 이 시대의 나 자신에 대한 반성으로 자연스레 연결된다. 그러나 무엇이 잘 되고 잘못 되었는지는 지금판별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자신의 견해에 대해서 늘 조심하고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사회적 통념에 대하여, 사회화를 통해 배우고 행하도록 가르침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비판적인 눈을 뜨고 있어야된다고 본다. 이것이 아미엘을 읽다가 느낀 단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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