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묵념 5분 27초 / 황지우

샌. 2009. 5. 29. 15:49

 

 

 

 

- 묵념 5분 27초 / 황지우

제목만 있고 내용이 없다. 아마 세계에서 가장 짧은 시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많은 얘기를 한다. 침묵이 웅변보다 더 많은 걸 말할 때가 있다. 여기서 '5분 27초'는 광주항쟁에서 전남도청이 계엄군에 의해 유혈 진압된 5월 27일을 의미한다. 우연히도 그날 즈음인 오늘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열렸다. 광주의 죽음과 노무현의 죽음에는 공통된 원인자가 있다. 그 거대한 뿌리를 직시하고 분노해야 할 때다. 건망증 환자처럼 시간이 흐른다고 다시 잊어서는 안 된다.

노 대통령은작은 비석 하나를 세워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 비석의 비문을 황지우 시인이 쓴다고 한다. 작은 비석에 들어가는 작은 문장이 어떻게 나타날지 궁금하다. 이 시처럼 아무 말이 없는 침묵도 한 방법이 아닐까. 침묵은 굴종이 아니라 소리 없는 맹렬한 저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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