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한강을 걷다

샌. 2009. 1. 3. 19:13



오늘은 가볍게 한강길을 걸었다. 집 뒷산을 타고 한강에 나간 뒤 둔치길을 따라 여의도 방향으로 향했다. 날씨는 맑고 따스했다. 한강에는 겨울 철새인 오리들이 집단으로 나들이를 나왔다. 오리들의 헤엄 치는 속도가 내 걷는 걸음과 비슷해 한참을 나란히 나아갔다. 그런데 갈매기들이 끼어들더니먹이를 갖고 다투는지 한바탕 소란이 일고 대열이 흐트러졌다.

 

아침에 마음이 별로 편치가 못했는데 한강에 나와도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소통 부족은 대통령과 국민 사이만이 아니라 가족간에서도 생길 수 있다. 늘 맑은 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의도 63 빌딩 앞은 계속 공사중이다. 반포부터 여의도 지구까지의 한강 둔치는 중장비의 굉음으로 요란하다. 재개발을 하면서 내건 구호가 '한강 르네상스'인데 친구 H가 그랬다. 이름을 붙이려면 좀 제대로 붙이지 르네상스가 무어냐고. 정신이나 예술에서의 부흥이라면 모를까, 강에다 삽질을 하면서 르네상스라니 참 후안무치하다는 것이었다. 누가 작명했는지는 모르지만 무척 용감하면서 뻔뻔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의도 둔치에는 한강에서 건져올린 쓰레기로 만들었다는 조각상이 있다. 누군가가 사타구니에 빗자루를 끼워 놓았다. 이 정도는 애교로 봐 주어야겠지.한강 걷기는 산길 걷기에 비해 조건이 좋지 않지만 이런 아기자기한 구경거리가 있어서 즐겁기도 하다.

 

여의도 맨 하류 쪽에 있는 서강대교를 건너 강 반대편으로 넘어갔다.

 



서강대교 위에서 본 밤섬의 모습이다. 밤섬은 몇 년 전에 비해 확연히 커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좀더 지나면 마포대교와도 이어질 것 같다. 그러나 새들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밤섬 건녀편으로 보이는 겨울 오후의 서울 풍경이 한가롭다. 내 마음도잔잔히 흐르는 저 강물을 닮았으면 좋겠다.

 

혼자 사는 사람이 부러울 때가 있다. 아무 구속 없이 기혼자보다는 훨씬 더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당사자에게 그런 얘기를 하면 배 부른 소리를 하지 말라고 하겠지만 어찌 되었든 사람은 자신의 환경에 만족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강을 건너서는 다시 상류 쪽으로 올라갔다. 북쪽 길은 흙길이 있어서 좋다. 관리가 힘들더라도 이런 흙의 산책로를 두는 것이 시멘트로 덮는 것보다는 훨씬 나아보인다. 깔끔하고 세련된 것만 추구할 것이 아니다.

 



동작대교를 건너집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집에서 나와 서강대교를 건너갔다가 동작대교로돌아오는 일주 코스를 걸었다. 토요일 오후였지만 걷는 사람은 예상외로 적었고, 특히 다리를 건너는 사람은 한 사람도 만날 수 없었다. 아마 대개의 사람들은 한강 다리를 걸어서 건넌다는 것을상상조차 안 하는 것 같다.

 

그러나 걸어서 다리를 건너면 차를 타고 훌쩍 지날 때에 보지 못하던 서울의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또한 한강이 엄청나게 넓은 강이라는 것도 몸으로 확인하게 된다. 한강에 있는 다리의 길이는 1 km가 넘는다.

 

* 걸은 시간; 11:30 - 16:30

* 걸은 거리; 20 km

* 걸은 경로; 사당동 - 동작역 - 한강 남쪽 길 - 서강대교 - 한강 북쪽 길 - 동작대교 - 사당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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