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49]

샌. 2008. 11. 27. 09:13

안회가 말했다. "저는 진전이 있었습니다."

공자가 물었다. "무엇을 말하는가?"

안회가 답했다. "저는 인의(仁義)를 잊었습니다."

공자가 말했다. "잘했다. 그러나 미진하다."

뒷날 안회는 다시 공자를 뵙고 말했다.

"저는 진전이 있었습니다."

공자가 물었다. "무슨 진전인가?"
안회가 답했다. "저는 예악(禮樂)을 잊었습니다."

공자가 말했다. "잘했다. 그러나 미진하다."

뒷날 안회는 다시 공자를 알현해 아뢰었다.

"진전이 있었습니다."

공자가 물었다. "무슨 진전인가?"

안회가 답했다. "저는 좌망(坐忘)에 들었습니다."

공자는 움찔하면서 말했다.

"좌망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안회가 말했다.

"육신을 벗어나 총명을 물리치고

형체를 떠나 지혜를 버리고

큰 통철(洞徹)함에 대동(大同)함을 일러 좌망이라 합니다."

공자는 말했다.

"대동하면 호오(好惡)가 없고 조화하면 상집(常執)이 없으니리

과연 진실로 어질도다!

나도 네 뒤를 따르고 싶다."

 

顔回 曰 回益矣

仲尼 曰 何謂也

曰 回 忘仁義矣

曰 可矣 猶未也

他日復見 曰

回益矣

曰 何謂也

曰 回忘禮樂矣

曰 可矣 猶未也

他日復見 曰

回益矣

曰 何謂也

曰 回坐忘矣

仲尼척然 曰

何謂坐忘

顔回 曰

墜肢體 黜聰明

離形去知

同於大通 此謂坐忘

仲尼 曰

同則無好也 化則無常也

而果其賢乎

丘也請從而後也

 

- 大宗師 11

 

'좌망(坐忘)'은 장자 철학의 핵심 개념 중 하나이다. 직역하면 '앉아서 잊기'인데, 좌망이란 무아(無我), 무심(無心)의 경지로 일체의 시비나 차별을 잊어버리는 정신 수양의 최종 단계라 할 수 있다. 자신을 잊었으니 대상에 대한 호오나 집착이 없다. 안회가 인의와 예악에서 벗어났다고 해도 아직 미진하다고 대답한 공자는 좌망에 들었다고 하자 깜짝 놀라며 자신도 제자의 뒤를 따르고 싶다고 한다. 좌망은 도(道), 즉 진리와 하나됨이다.

 

불교의 좌선(坐禪)도 장자의 좌망(坐忘)과 관계가 있을 것 같다. 앉는다는 것은 밖으로 향하는 시선을 안으로 돌리는 것이다.그것은 정적이면서 부드럽고 종교적인 자세다. 예수도 많은 군중들이 모이면 일단 앉히고 말씀을 들려 주었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서야 하지만 그러나 앉음이 없는일어섬은 뿌리 없는 나무와 같다. 어느 시인은 현대문명을 딱딱하게 발기만 하는 문명이라고 비판했다. 사람이든 문명이든 낮음과 부드러움을 잃게 되면 폭력적이 될 수밖에 없다. 멈추고낮아지는 자세가 이 시대에 더욱 중요한 이유다.

 

그렇다고사람들이 모두 세상을 버리고 신선이 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일상을 살면서 좌망을 실천하는 것이다. 앞으로만 달려나가는 것을 멈추고 자신과 이웃을 돌아볼 줄 아는 여유 역시 좌망의 정신이다. 좌망은 끝없이 팽창하려는 욕구를 얌전히 가라앉히는 것이다. 지금 같은 욕망의 시대일수록 더욱 좌망의 지혜가 필요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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