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50]

샌. 2008. 11. 29. 20:50

접여가 말했다.

"이것은 거짓 덕이다.

천하를 다스린다는 것은 바다를 걸어가고

황하를 파는 것이요,

모기에게 태산을 짊어지게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대저 성인의 다스림은 다스림을 잊게 하는 것이니

마음을 바르게 한 후 교화를 행하여

진실로 능한 일을 확고히 하는 것으로 그친다.

새들은 높이 날아감으로써 주살의 해를 피하고

생쥐들은 신전 언덕에 굴을 깊이 파서

연기와 파헤침을 피한다.

너는 이 벌레들보다도 더욱 무지하구나!"

 

接輿曰

是欺德也

其於治天下也

猶涉海착河

而使蚊負山也

夫聖人之治也 治外乎

正而後行

確乎能其事者而已矣

且鳥高飛 以避증익之害

혜鼠深穴乎神丘之下

以避熏착之患

而曾二蟲之無知

 

- 應帝王 1

 

응제왕(應帝王) 편은 이상적인 지도자의 모습에 대해 말하고 있다.옛날 중국 철학자들의주된 관심은 제대로 된 나라 다스리기에 있었던것 같다. 노자에서도 왕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온다. 여기에 나오는 말은법과 제도로 백성을 교화하려는 데 대한 접여의 대답이다. 즉, 그런 식으로 천하를 다스리려는 것은 모기에게 태산을 짊어지게 하듯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무지한 자가 천하를 다스리려는 의욕만 가지고는 제대로 된일을 하지 못한다.

 

장자가 말하는 '성인의 다스림'[聖人之治]이란 '正而後行'이라는 말이 뜻하듯 다스리기 전에먼저 지도자가 참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그것은 다스림이 없는 다스림이고 말 없는 교화라 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아무리 법과 제도를 만들고 정비한들 백성들만 교활하게 만들 뿐이다. 장자는 그런 인간들을 생쥐만도 못하다고 했다. 정말 지금 이 땅에도 생쥐보다도 못한 지도자들이 있다. 그것이 어찌 한 나라만이겠는가. 작은 집단 안에서도 인간이 되지 못한 사람이 리더가 되어 일을 난마처럼 얽히게 한다. 차라리 가만 있으면 나을 텐데 뭔가 의욕적으로 도모한다는 것이 왼통 일만 그르치고 있다.

 

장자가 말하는성인의 다스림은 고대 그리스의 철인정치 사상을 연상시킨다. 그런데 장자 자신은 현실 정치로의 권유를 뿌리치고 은둔의 길을 택했다. 그렇다면성인지심(聖人之心)으로 나라를 맡을 지도자는 어디서 찾을 것인가, 그리고 과연 현실적으로 그런 정치가 가능할 것인가는 의문이 든다. 아마 지금 이 시대에 그런 분이 나라를 이끈다면 국민이 믿고 따라줄 것이라는 확신도 없다. 그만큼 세상은 복잡해졌고 진리를 따르려는 사람은 점점 드물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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