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아내가 결혼했다

샌. 2008. 11. 1. 09:21

어렸을때 고향 마을에는 두 부인을 데리고 산 친구 아버지가 있었다. 작은집을 따로 둔 게 아니라 한 집에서 두 여자가 같이 살았는데 두 사람의 사이도 좋았다.전형적인 일부다처제의 모습이라 할 수 있는데 당시는 별로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철저한 유교 신봉국가인 조선에서 능력 있는 남자들은 알게 모르게 둘 이상의 여자를 거느리고산 게 사실이다. 일부일처제는 여자들에게만 족쇄로 작용했는지 모른다. 현모양처나열녀에 대한 칭송과 교육은여성은 오로지 가정과 남편에만 충실해야 한다는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강화시키는기재들이 아니었을까.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이며 살았지만 가끔씩은 회의를 해보게 되는 것 중에 일부일처제가 있다.젊어서 부부가 된 두 사람이 평생을 한 눈 팔지 않고 사랑하며 산다는 것은 대단한 축복이다. 그러나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어쩔 수 없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사랑 없는 결혼 생활을 참고 견디는 경우도 많다.아내나 남편 외에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비윤리적인 범죄로 지탄 받는다. 일부일처제가 현 사회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버팀목이지만 과연 인간 본성에 맞는 제도인지는 고개를 가웃하게 된다. 며칠 전에는 헌법재판소에서 간통죄가 합헌 결정을 받았는데 우리 사회가 이런 데서는무척 보수적이고 완고함을보여주고 있다. 사실 간통죄도 뒤집어 생각하면 남자들은 뒷구멍으로 무슨 짓을 하든 자기 마누라는 가정 안에 붙잡아 두겠다는 발상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결혼의 실상 중 하나는 상대에 대한 섹스독점권의 획득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의 소유물로 착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것이 사랑의 어쩔 수 없는 속성이기도 하지만 그런 환상에 매여 있어서는 진화된 인간관계로 나아갈 수 없다고 본다.그렇다고 내가 부부의 윤리적인 의무를 소홀히 하거나 멋대로 살아도 된다는 자유연애주의자는 아니다. 다만 우리가 당연시하던 것들을 좀 다른 각도에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를 보았다. 논란이 많은 영화인 것 같은데 몇 가지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상당히 긍정적으로 생각되는 영화였다. 한 여자가 두 남자와 결혼하고 살아가는 황당한 발상이 지금으로서는 받아들여질 수 없을지라도 나중에는자연스럽게 이해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기존의 관념에 대한 반항은 불쾌할 수밖에 없지만 변화와 일견 무모하게 보이는 시도를 통해 우리는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가기도 한다.그리고 사랑의 방식은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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