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나무

마곡사 향나무

샌. 2008. 8. 17. 15:33



마곡사(麻谷寺)는 김구 선생이 명성황후 시해에 대한 분노로 일본군 장교를 살해하고 몸을 피해 다니다가 숨어지내기 위해 행자 시절을 보냈던 절이다. '백범일지'에는 그 과정이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중이 되려면 제일 먼저 자기 마음을 낮추어야 한다고 하며, 사람에게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금수나 곤충에게까지 자기 마음을 낮추지 않으면 지옥의 고통을 받는다고 하였다. 전날 밤 나를 찾아와 자기 상좌가 되어 달라고 할 때에는 지극히 공손하던 하은당부터 “얘, 원종아”를 기탄없이 부르고, “생긴 것이 미련스러워서 고명한 중은 되지 못하겠다. 얼굴이 어쩌면 저다지도 밉게 생겼을까? 어서 나가서 물도 긷고 나무도 쪼개거라.” 한다. 나는 깜짝 놀랐다. 망명객이 되어 사방을 떠돌아다니던 때에도 내게는 영웅심과 공명심이 있었다. 평생의 한이던 상놈의 껍질을 벗고, 평등하기보다는 월등한 양반이 되어 평범한 양반에게 당해온 오랜 원한을 갚고자 하는 생각이 가슴 속에 가득하였다. 그런데 중놈이 되고 보니, 이상과 같은 생각은 허영과 야욕에 불과한 것이었다...

 

장작도 패고 물도 길었다. 하루는 앞내에 가서 물을 지고 오다가 물통 한 개를 깨뜨렸다. 은사 하은당이 어찌나 야단을 쳤던지. 보다 못해 노사주 보경당이 한탄을 하였다. “전에도 다른 사람들은 다 괜찮다 하여 상좌로 데려다 주면 못 견디게 굴어서 다 내쫓았는데, 금번 원종이도 잘 가르치고 바로 이끌어만 주면 장래에 제 앞쓸이는 하겠는걸, 또 저 모양으로 하니 며칠이나 붙어 있을까?” 그 말에 좀 위로가 되었다. 낮 동안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보통 중의 본래 일인 예불절차와〈천수심경千手心經〉등을 외웠다.'

 

광복 후 48 년만에 선생은 다시 이곳을 찾아 대웅전 주련의'却來觀世間 猶如夢中事(돌아와 세상을 보니 흡사 꿈속의 일 같구나)'를 보시고 더욱 감개무량하여 그때를 회상하며 향나무와 무궁화를 한 그루씩 심었다고 한다.

 

선생이 심은 향나무는 단아한 모습으로 지금도 잘 자라고 있다.향나무가워낙 느리게 자라니 아직도 키는 자그마하다. 그러나 이 향나무에는 선생의 넋이 들어있는 듯 하여 예사 향나무와 같게 보이지 않는다. '백범일지'를 읽으며 느꼈던 선생의 기개와 우국충정을 이 향나무 옆에서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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