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하늘공장 / 임성용

샌. 2008. 8. 15. 09:00

저 맑은 하늘에 공장 하나 세워야겠다

따뜻한 밥솥처럼 해가 뜨고 해가 지는 곳

무럭무럭 아이들이 자라고 웃음방울 영그는 곳

그곳에서 연기 나는 굴뚝도 없애고 철탑도 없애고

손과 발을 잡아먹는 기계 옆에 순한 양을 놓아 먹이고

고공농성의 눈물마저 새의 날갯짓에 실어 보내야겠다

저 펄럭이는 것들, 나뒹구는 것들, 피 흐르는 것들

하늘공장에서는 구름다리 위에 무지개로 필 것이다

삶은 고통일지라, 죽어도 추억이 되지 못하는 고통을

하늘공장의 예배당에서는 찬양하지 않을 것이다

힘없이 잘린 모가지를 껴안고 천천히 해찰하며

내일이라도 당장 하늘공장으로 출근을 해야겠다

큰 공장 작은 공장 모두 하나의 문으로 통하는

하늘공장에 가서, 저 푸른 하늘공장에 가서

부러진 손과 발을 쓰다듬고 즐겁게 일해야겠다

땀내 나는 향기를 칠하고 하늘공장에서 퇴근하는 길

지상에 놓인 집 한 채가 어찌 멀다고 이르랴

 

- 하늘공장 / 임성용

 

나 역시 시인처럼 하늘학교 하나를 꿈꾼다. 지상에서는 없으니 하늘에라도 하나 세워야겠다. 즐겁게 가르치고 기쁘게 배우는 터, 정과 신뢰로 서로를 북돋워주는 교실, 아이들의 밝은 웃음소리 넘치는 그런 하늘학교로 출근하고 싶다.

 

'저 맑은 하늘에 학교 하나 세워야겠다 따뜻한 밥솥처럼 해가 뜨고 해가 지는 곳 무럭무럭 아이들이 자라고 웃음방울 영그는 곳 그곳에서 무표정한 아이들의 얼굴에 생기가 돌고 사랑이 무지개처럼 피어나고...'

'시읽는기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용한 일 / 김사인  (0) 2008.08.22
솔직히 말해서 나는 / 김남주  (0) 2008.08.18
옛날의 그 집 / 박경리  (1) 2008.08.08
사이 / 박덕규  (2) 2008.08.05
꽃게 이야기 / 김선태  (0) 2008.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