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꽃순이와 나무꾼

샌. 2008. 4. 3. 11:07

지난 주 KBS2 TV <인간극장>에서는 '꽃순이와 나무꾼'이라는 제목으로 강원도 정선 산골에서 살고 있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방송되었다. 나는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그 프로를 보게 되었는데 그분들의 순박한 마음씨와 무욕의 삶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도시를 떠나 산골로 들어간 사람들의 이야기는 매스컴에 자주 소개되기에 새삼스러울 것이 없지만 이분들의 모습은 뭔가 달랐다. 그것은 사람의 향기였다. 두 사람이 발하는 인간적인 순수함과 매력은 신선한 감동이었다.


나무꾼은 1967년에 휴전선을 넘어 귀순했다. 그런데 그 동기가 특이하다. 세계일주를 하고 싶은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러나 남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강원도 산골로 들어가 20여 년간 혼자 살아간다. 꽃순이는 결혼 생활에 실패하고 세상을 등지고 싶은 절망감을 느끼던 중 나무꾼 이야기가 나온 TV 프로를 보고 무작정 나무꾼을 찾아간다. 그래서 만난 두 사람은 함께 산 지 10여 년이 되었다. 나무꾼의 나이 예순 셋, 꽃순이는 쉰 아홉이다.


5부작으로 소개된 그분들의 삶은 도시 생활에 찌들고 오그라든 나를 돌아보는 거울이 되었다. 무엇이 가치 있고 아름다운 삶인지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특히 두 분의 순수하고 맑은 마음은 경외스럽기만 했다. 아웅다웅하는 모습조차 자연의 한 풍경으로 보일 만큼 자연스러웠고 예뻤다.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누구나 내심으로는 그런 무소유의 욕심 없는 삶을 동경한다. 잃어버린 우리의 순수한 마음의 원형을 그리워한다. 그러기 때문에 두 분의 모습이 더욱 가슴을 울렸는지 모른다. 환갑 내외의 나이가 된 사람들이 어떻게 저리 맑고 순수한 동심을 유지할 수 있는지 도시 생활에 오염된 나 같은 사람에게는 기이하게 여겨졌다. 가장 부러웠던 것은 그분들의 평화롭고 따스한 마음씨였다. 마음의 여유나 평화가 없다면 절대 그려지지 못할 생활이기 때문이다.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으나 꽃순이는 두 딸을 두고 이혼을 했던 것 같다. 세상을 등지고 싶었던 절망과 아픔 가운데서도 울지를 않았는데, 나무꾼에게 자신의 아픈 마음을 보이고는 한없이 울었다고 한다. 그리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 받았다. 그녀는 대자연 속에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따스한 동반자를 만나 의미 있고 참된 삶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두 분을 통해서 인간 마음의 잃어버린 낙원을 보았고, 우리도 그 낙원에 들 수 있음을 믿게 되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나 역시 그런 삶을 한 번 살아보고 싶다는 바람이 더욱 커졌다. 아무 것도 모르는 한 마리 짐승이 되어 인적 끊어진 산골에서 흔적 없이 살고 싶은 것이 내 남은 삶의 꿈이다. 마치 나무꾼이 바다로 보트를 저어가 적도의 한 섬에서 살고 싶은 꿈을 간직하고 있듯이 말이다. 그때 내 옆에 있어 줄 예쁘고 착한 꽃순이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새 잎이 돋아나는 초봄의 밝은 햇살이 이런 비밀스런 꿈으로 나를 유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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