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은총의 감성

샌. 2008. 3. 10. 16:57

우리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이 '은총의 감성'을 회복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은총'이라는 말이 비종교인에게는 거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현재의 나를 이루는 것이 내 힘으로 된 것이 아니고 이웃이나 다른 외적 존재와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 것임을 받아들이는마음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기독교인이든 불교도이든 종교인이란 은총을 믿는 사람들이다. 즉,대상이 누구든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것 또는 최상의 것을 그로부터 거저 받았다는 감성을 갖고 사는 사람들이 진정한 신앙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감성'도 내가 무척 좋아하고 아끼는 말이다. 감성은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마음에서 돋아나는 새싹이다. 사물을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존재의 본모양대로 볼 수 있는 눈이다. 감성은 여리고 여성적이며 수동적이면서 모든 것을 품어안을 수 있는 마음이다.근대에 들어서부터 특히 이성과 지식에 대한편중은 감성을 무시하고 소홀히 취급하였다. 그러나 물질의 번영은 정신적 공황과 온갖 부작용을 낳았고, 그에 대한 치유는 감성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은총의 감성이야말로 삭막하고 폭력적인이 시대에 인간의 야수성을 극복할 수 있는 따뜻한 대안이라고 여겨진다.

감성적인 사람은 마음이 여려서 상처받기 쉽다. 그러므로 내가 상처받기 쉬운 만큼, 그 아픔을 알기에, 상대방이 상처받지 않도록 말과 행동으로 두려워하며 조심한다. 또한 이웃의 가난이나 불행에 대해 외면하지 못한다. 이성은 가난이나 불행의 원인에 대해 이유를 찾으며 외면하지만, 감성을 그것을 감싸고 이해하려 한다. 나의 행복이나 이윤추구가 이웃의 불행과 연결되어 있다면 감히 그 길로 나서지 못한다. 자신이나 가족보다는 공동체나 생명계의 행복 가치를 우선시한다. 그것은 자본의 논리에서 벗어나는 태도이기도 하다.

은총의 감성은 지금 여기 나의 존재를 하늘의 선물이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감사하는 마음이다. 나는 지금의 나로서 완전한 존재다. 더 변할 것도 바꾸어질 것도 없는 한 송이 꽃이다. 나의 허물과 단점 조차 사랑스럽고 아름답다. 그렇게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들일수록 내 마음은 평화로워진다. 무엇이 되려고 하는 또는 이루려는 욕심이 사라진다. 불안이 없는 따뜻한 마음은 다른 사람 역시 그렇게 인정하고 사랑하게 된다. 그러면서 내가 근본적으로 변할 수 있고, 하늘 성품에 닮아간다. 변화는 이루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은총의 감성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할 때 열리는 열매다. 은총의 감성은 그렇게 한 사람을 변화시키고 그 파문은 이웃으로 번져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함께 보듬고 살아갈 따스하고 아름다운 세상은 이런 감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가능하지 않을까? 비록 세상적으로는 별 볼 일 없을지라도 나 역시 그런 바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진짜 하늘이 내린 은총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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