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동경

샌. 2008. 3. 3. 13:05

나는 '동경'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동경(憧憬)은희망이나 소망과는 다른 뉘앙스를 풍기기 때문이다. 동경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것을 간절히 그리워하며 그것만을 생각함'이라고 나와 있지만, 그리워하는 대상이희망이나 소망과는 다른 것으로 나에게는 생각된다. 희망이나 소망에는 바라는 모든 것이 포함되는데, 감각적이고 즉물적인 것도 그것들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동경이라고 하면 뭔가 정신적이며 영적인 것을 그리워하는 의미를 가지는 것 같다. 동경은 현실세계 뒤편에 있는 것에 대한 그리움이며, 완전함에 대한 또는 절대에 대한 사모라고 할 수 있다.

인간에게는 영원 또는 신성과 하나 되려는 동경이 존재한다. 현실의 만족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영적인 갈증이며 갈망이다. 그것은 인간의 불완전함을 나타내는 징표이기도 한데, 그런 존재의 결핍과 공허함 가운데서 동경이 존재한다.그러나 불행하게도 동경은 충족되지 않는다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질이다. 동경은 마치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것과 같다. 진리를 향해 우리가 고개를 들 수는 있지만 그 별에 다다를 수는 없다. 그것이 인간과 진리의 숙명적인 관계일 수밖에 없고,그것이야말로 근원적인 고(苦)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사실에서 인간의 가치를발견할 수도 있다.

동경은 성취되지 않는다는 데에서 희망이나 소망과는 다르다. 동경의 성취는 이 지상에서의 삶에서가 아니라 죽음에 의해서 이루어지는지 모른다. 희망이나 소망이 기쁨을 동반한다면 동경의 속성은 슬픔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동경은유한한 존재가 무한한 것을 그리워하고 사모하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속한다. 동경에는 신성이 깃들어 있다.

사람됨은 그가 무엇을 얼마나 간절히 동경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안의 신성에서 솟아나는 동경을 억압하는 사람은 성숙인이 아니다. 물질적 풍요에 대한 추구는 우리 안 동경의 샘을 메마르게 만들고 있다.비록 눈에 보이는 성공을 주지는 않지만 동경은 인간에게 영적인 활기를 주고 내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약속해 준다. 그 점이 내가 동경을 동경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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