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개에게 인생을 이야기하다 / 정호승

샌. 2007. 11. 21. 12:35

젊을 때는 산을 바라보고 나이가 들면 사막을 바라보라

더 이상 슬픈 눈으로 과거를 바라보지 말고

과거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웃으면서 걸어가라

인생은 언제 어느 순간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오늘을 어머니를 땅에 묻은 날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첫아기에게 첫젖을 물린 날이라고 생각하라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느냐고 분노하지 말고

나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아침밥을 준비하라

어떤 이의 운명 앞에서는 신도 어안이 벙벙해질 때가 있다

내가 마시지 않으면 안 되는 잔이 있으면 내가 마셔라

꽃의 향기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니듯

바람이 나와 함께 잠들지 않는다고 해서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이 존재하는 일에 감사하는 일일 뿐

내가 누구의 손을 잡기 위해서는 내 손이 빈손이 되어야 한다

오늘도 포기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 말고 무엇을 이루려고 뛰어가지 마라

아무도 미워하지 않게 되기를 바라지 말고 가끔 저녁에 술이나 한 잔 해라

산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산을 내려와야 하고

사막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먼저 깊은 우물이 되어야 한다

 

- 개에게 인생을 이야기하다 / 정호승

 

오늘은 사랑하는 당신에게 이 시를 읽어주고 싶습니다. 당신의 한숨 소리를 들으면 내 가슴은 찢어질듯 아파옵니다.당신의 눈물은 곧나의 눈물이 됩니다. 그러나 시인의 당부처럼 더 이상 슬픈 눈으로 과거를 바라보지 말고, 웃으면서 당당히 걸어갈 수 있기를 나는 당신에게 부탁합니다.

 

당신은 세상을 살아가자면 어쩔 수 없다고 말을 하지만, 그러나 세상의 물결을 거슬러 오를려는 멋진 사람들 또한 많음을 보아주기를 바랍니다. 가진 것 없이도 당당하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람들 역시 많습니다. 왜 우리가 세상의 북소리에 보조를 맞추어야 하나요?

 

그러나 나는 당신에게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당신은 아마 당신이 생각하는 나름대로의 행복을 찾아 세상을 살아갈 겁니다. 나 역시 마찬가지고요. 우리가 앞으로도 계속 평행선을 달릴지 몰라도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주는 마음만은 잊지 맙시다. 나는 앞으로 최소한 당신의 눈에서 눈물을 흘리는 일만은 하지 않으렵니다.

 

시인의 충고는 동시에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시 제목에 왜 '개'가 들어갔는지화두처럼 의문이었는데, 나를 돌아보니 일리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군요. 지금은 고개를 끄덕이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꼭 저와 반대로 살고 있지나 않나 해서요. 저 많은 말들 중에서 내가 쉽게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술이나 한 잔 해라' 군요.

 

'아무도 미워하지 않게 되기를 바라지 말고 가끔 저녁에 술이나 한 잔 해라'

'시읽는기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람 부는 날이면 / 황인숙  (0) 2007.11.30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 김수영  (0) 2007.11.26
패밀리 / 정일근  (0) 2007.11.20
생명의 서 / 유치환  (0) 2007.11.15
깨우치다 / 이성부  (0) 2007.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