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울에서 놀다가 그만 급해서
물속에 앉아 쉬를 하고 말았습니다
행여 누가 볼까 두리번두리번
나 혼자 몸을 한 번 떨었습니다
개울물이 팬티 속에 손을 넣어
고추를 살살 씻어 주었습니다
- 나만의 비밀 / 안도현
이런 동시를 읽으면자꾸 눈물이 난다. 저런 동심이 나에게도 있었었나 싶은, 이젠 흔적조차 희미해져 버린 것에 대한 그리움과 서글픔 때문일지 모른다.
개울에서 쉬한 것이 부끄러웠던 시절에서 이젠 목욕탕에서도 눈 딱 감고 시치미 뗄 수 있는 나이로 되었다. 무례하고 뻔뻔해도 당당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그런 것이리라.
이 동시의 백미는 끝 구절이 아닐까? '개울물이 팬티 속에 손을 넣어 고추를 살살 씻어 주었습니다'- 자연과 동심의 아름다운 어울림에 절로 미소가 일면서 잠시 눈을 감고 어린 시절의 추억에 잠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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