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장화리 석양

샌. 2007. 1. 23. 09:17

강화도로 드라이브를 나갔다. 최근의 변화로 마음이 상심한 아내도 같이 따라나섰다. 강화도는 서울에서 가까운 관계로 젊었을 때부터 자주 다녔던 곳이기 때문에 여기저기에 옛 추억들이 묻어있다.

 

이번에는 성공회 강화성당, 고려궁지, 전등사, 정수사를 거치며 장화리에서 석양을 보았다.

 

석양을 보는데도 명소가 있어서 늘 거기 가면 사람들이 몰려있다. 특히 사진발이 잘 받는다고 공인받는 장소가 강화도에서는 이곳 장화리이다. 이날도 앞에 있는 섬과 어우러진 멋진 장면을 기대한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허나 해는 구름 사이로 일찍 사라져서 모두들 아쉬워했을 것이다.

 

'조단(照丹)'에서 지는 해를 바라보며 오랜만에 아내와 칼질을 했다. 안 그래도 차 안에서 예전에는 경양식집이 많아 분위기 있는 식사를 할 때 가곤 했었다는 얘기가 있었다. 아내는 우리가 자주 갔다는 청량리에 있던 '장군'이라는 가게 이름까지 기억했다. 어느덧 그때로부터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고, 젊었을 때의 열기는 사라졌다. 자꾸만 부드러워지는 겨울 저녁의 햇살이 우리 둘을 포근하게 감싸주었다.

 

해 지는 풍경은 쓸쓸하다. 또한 그 속에는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애틋하고 장엄한 아름다움이 있다. 나는 밝고 화려한 것보다는 소박하고 쓸쓸한 데서 우러나오는아름다움을 사랑한다.일몰의 풍경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시시하다고 하는 그런 해넘이 풍경에 오히려 더 진솔한 맛이 들어있다. 강화도에는 바다를 면해서 많은 전원주택들이 자리잡고 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거실에 앉아 매일 해 지는 풍경을 볼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혹시나 그 풍경이 일상화되어 감동이 반감되지나 않을까하는 노파심이 든다. 나는 석양을 사랑하므로 석양을 너무 가까이 두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게 먼 거리를 달려와 가끔씩 그녀와 만나는 것이 나로서는 그녀를 더 사랑하는 방법이다.

 



정수사(淨水寺)에서는 재미있는 개와 고양이를 만났다.

 

절을 돌아드니 개집이 있었는데 그 안에 개 두 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가 다정하게 앉아 따스한 겨울 햇살을 쬐고 있었다. 특히 개와 고양이가 서로 몸을 기대고 사이좋게 있는 모습이 특이했다. 사진을 찍으러 다가가도 몸을 약간 떼어놓았을 뿐별 반응이 없다.

 

절집에 있어서 그런지 개도 고양이도 인상이 순하기만 하다. 낯선 사람이 가도 경계하거나 짖지를 않는다. 특히 고양이는 사람을 무척 경계하는 동물인데 그마저 무심하기가 그지 없다. 생물은 그가 살아가는 환경을 닮는다. 그건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가 사는 곳, 그의 직업에 따라 사람의 심성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지금 우리의 삶의 조건과 환경이 과연 사람다움을 지켜나갈 수 있는 여건이 되는지 돌아보게 된다. 사람들의 눈빛이나 말이나 행동이 정글의 하이에나를 닮아가고 있다. 그렇게 해서 잘 살게는 되었지만 그 반대 급부로 잃은 것이 너무나 크고 아프다.

 


'사진속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별 의식  (0) 2007.01.31
남한강에서  (0) 2007.01.24
따뜻한 겨울  (0) 2007.01.21
안양천을 다시 걷다  (0) 2007.01.15
중랑천에서 철새를 보다  (0) 2007.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