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중랑천에서 철새를 보다

샌. 2007. 1. 13. 08:18



어느 탐조 모임을 따라가 중랑천에서 철새를 보았다.

 

유명 철새 도래지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도심에서도 이렇게 겨울 철새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한강이나 그 천변 어디를 가더라도 적어도 열 종류 정도는 볼 수가 있다.

 

이번에도 청둥오리, 논병아리, 넓적부리, 쇠오리, 고방오리, 흰죽지, 댕기흰죽지, 비오리, 재갈매기 등의 주로 오리류의 철새들을 만났다. 사진에 찍힌 것은 댕기흰죽지 무리들이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망원경으로 보는 새들은 귀엽고 예쁘다. 그들의 모양이나색깔, 행동은 아무리 바라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새들은 신의 걸작품 가운데 하나다. 오리는 먹이를 잡기 위해 물구나무 서듯 꼬리를 하늘로 치켜세우고 반은 물 속에 잠긴다. 논병아리는 완전히 잠수하는데 10초 이상 물 속에 있다가 나온다. 밖으로 나오는 곳을 예상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사진의 붉은 원 안에는 매 한 마리가 있다.

 

무엇인가 사냥한 먹이로 열심히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망원경으로는 붉은 살점까지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다.이렇게 매의 모습을 가까이서 본 것은 처음이었다. 이놈은 30여 분 간 열심히 식사를 하더니 남은 고기를 움켜쥐고는 도심으로 유유히 사라져 갔다. 아마 도심을 가로질러 도봉산으로 가지 않았을까 싶다. 일부 새에게는 도시가 그들의 사냥터가 될 수도 있겠다.

 

중랑천 물이 예전에 비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멀었다.

 

색깔은 먹물을 풀어놓은 듯 검고, 가까이 가면 역한 악취가 올라온다. 이런 물에도새가 찾아온다는 것이 신기하고 안타깝다. 썩었을 망정 물 속에는 수초나 물고기가 있다는 얘긴데, 그래서 먹이감을 구하기 쉬우니까 저들은 찾아올 것이다. 그러나 저런 환경에서 지내는 새의 몸이 정상일 리가 없을 것 같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내버린 오수가 자연으로 돌아가고 결국은 부메랑이 되어 다시 인간으로 돌아올 것은 뻔한 이치다. 오늘도 안타까운 마음으로 저 새들을 바라본다. 도심에서 새 관찰이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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