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어떤 연하장

샌. 2007. 1. 5. 10:09

해가 바뀌면서 제일 많이 주고 받는 말이 복 많이 받으시라는 덕담일 것이다.

그러나 복 많이 받으시라는 말 속에는 어딘지 공짜를 바라는 것 같은 뉘앙스가 풍겨 말을 하면서도 영 개운치 않을 때가 있다. 그냥 단순한 축복의 인사로 치부하면 그만이지만, 왠지 자신이 땀 흘려 얻은 결실보다는 로또처럼 하늘에서 눈 먼 복덩이가 굴러오길 기대하는 놀부 심보가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을 지으시라는 인사말을 쓰는 사람도 있지만 별로 통용되지는 못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이나 행위로 보다는 그냥 공으로 들어오는 복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여기에 눈길을 끄는 연하장이 하나 있다.



'새해에도

高生많이 하시고

愛많이 씁시다'

고생하고 애 쓰라니 신년 인사치고는 도시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한자로 바꿔 놓으니 그 의미가 더욱 돋보이게 된다. 애교스런 생각의 비틀기가 재미있는 연하장이다.

세상 사람들은 대부분 고생 대신 안락을 원한다. 그것이 인지상정이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은 그것이 미래의 안락을 보장해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일부러 고생길을 자처해 갈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안락보다는 더 나은 세상과 생명을 위해 노력하고 고생하는 데에 인간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게 아닐까? 그것이 위대한 정신적 영웅들이 걸어간 길이었으며 우리 같은 범부들 가슴도 뛰게 만드는 그런 길이다.

고생을 마다하지 않음으로써 고생[高生, 높고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그리고 사랑하는 일에 더욱 애를 많이 쓰자.

愛!

붉고 굵게 적힌 저 글자 한 자에 시선을 떼지 못하겠다. 인간의 모든 사고와 행위, 그의 삶의 총체는 결국 마지막에 이 말 하나로 귀결되는 것이 아닐까?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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