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내 삶의 북극성

샌. 2006. 12. 29. 08:54

연말이라고 몇 차례 술자리에 참석하고 마음을 번거럽게 놓았더니 내상을 입었다. 장이 약해서 평시에 늘 조심하지만 이런 때는 꼭 탈이 난다. 며칠째 집에서는 죽으로 식사를 하고 있다. 어제 직원 송년회에서도 알콜을 가까이 하지 못했다.

금년에는 소위 3D 중의 하나라는 업무를 자청해서 맡아 나름대로는 열심히 일했다. 동료들로부터는 이젠 뒤로 물러서 편하게 지내라는 충고를 듣기도 했다. 그래선지 오랫만에 넓은 방에 있는 사람에게서 고생했다는 말도 들었다. 그런데 불가항력으로 내년에는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는 자리에 앉게 되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기도 하지만 예스를 한 것이 잘못된 선택이 아니었는지 지금도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한 해의 일을 마감하고 보니 개운하기도 하고 허전하기도 하다.

특히 금년은 터도 정리되고 내 생활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 인생에 리듬이 있다면 그런 주기운동에서 전환기에 해당되는 해였다고 할 수 있다. 거친 외풍과 내적 갈등, 거기서 조화를 찾기 위한 노력들이었다고 스스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항상 부족하고 모자란다는 느낌은 여전하지만 그런 나를 따스히 바라보며 사랑하려고 많이 애썼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강변을 걷고 싶어 중간에서 내렸다.

뚝섬 둔치에는 갑자기 찾아온 추위로 사람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찬바람만 매섭게 몰아치고 있었다. 몇 걸음 걷다가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인간은 의미를 묻는 존재다. 그것이 다른 동물과 틀린 점이다.

공허한 사념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쉼없이 사색하고 반성하고 그리고 내 모든 생각과 행동에 의미를 확인하며 살고 싶다. 그것이 해는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내 삶의 북극성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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