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TAO[63]

샌. 2006. 12. 22. 13:52

'무위(無爲) - 하지 않음'

이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쓸데없는 일을 하지 말라는 뜻이랍니다.

얕은꾀를 짜내어

쓸데없는 일을 벌이지 말라는 뜻이랍니다.

바로 이 무위에

우리가 모르는 타오의 말이

흐르고 있음을 알아야 한답니다.

그 흐름이 우리와 함께함을 안다면

사소한 원망 따위

그 흐름에 흘러보낼 수 있을 테지요.

이 세상을 움직이는

어마어마한 에너지는

처음에는 아주 작은 힘이었답니다.

그 작은 힘이 점점 자라나 큰 힘이 되었지요.

그래요,

작은 것이

큰 것으로 자라나듯

쉬운 일에서 어려운 일이 자라나고

작은 일에서 큰일이 자라나지요.

그러니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을 하려거든

쉬운 일부터 하세요.

세상에서 제일 큰일을 하려거든

작은 일부터 하세요.

그러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을,

세상에서 제일 큰일을 이룰 수 있을 테니까요.

맞아요,

타오와 함께 하는 사람은

쉽고 작을 때 한답니다.

그러니

어렵고 큰일에 휘말리지 않아도

모든 일을 쉽게 쉽게 이룬답니다.

그러니

혹시라도

너무 쉽다고

너무 작다고

우습게보지 마세요.

이것은

다른 사람 부탁을 뭐든지 너무 쉽게 떠맡는 사람에게는

왠지 믿음이 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랍니다.

타오와 함께 하는 사람은

쉬운 일 가운데 진정한 어려움을 볼 줄 알기에

신중하게 일을 하지요.

그러니

설사 일이 커졌다 해도

어렵지 않게 수월하게 해낼 수 있는 것이랍니다.

 

爲無爲, 事無事, 味無味, 大小多少, 報怨以德.

圖難於其易, 爲大於其細, 天下難事, 必作於易, 天下大事, 必作於細.

是以聖人終不爲大, 故能成其大, 夫輕諾必寡信, 多易必多難. 是以聖人猶難之, 故終無難矣.

 

도올이 금강경을 강의할 때 금강경을 거대한 변주곡으로 비유한 적이 있었다. 도덕경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도덕경 81장은 하나의 주제가 다양하게 변주되어 나오는 음악이다.

 

도덕경 전편을 관통하는 주제음은 '인식의 전환'이다. 쉽게 말해서 '생각 바꾸기', 즉 세상이 가르치는 가치관으로부터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노래하고 있다. 그것이 다른 종교들의 근본 가르침과도 일치하는 '역설의 진리'이다.

 

노자의 가르침이 결코 은둔자의 도피철학이 아님을 이 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얼핏 보면 처세훈 같기도 하지만, 노자가 말하려는 것은 생의 철학, 행복의 철학이다. 사람들은 위[爲], 사[事], 미[味]를 찾아 헤맨다. 작은 것보다는 큰 것을 구한다. 그것이 무언가를 성취시켜주고 다른 사람에게서 인정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위[無爲], 무사[無事], 무미[無味]에 바탕하지 않을 때 그것은 허구다. 마치 소금물을 들이킬수록 더 갈증에 시달리는 것과 같다.

 

타오는 대[大]와 소[小], 다[多]와 소[少], 난[難]과 이[易] 사이에 구별을 짓지 말라고 한다. 둘은 하나다. 작은 모래알 속에 우주가 들어있다. 그러므로 깨인 사람은 쉬움 속에서 어려움을 보고, 어려움 가운데서 쉬움의 기운을 느낀다. 결코 작은 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은 현상의 변화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존재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그런 사람이 되고 그런 삶을 살라는 것이 노자가 말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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