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듣기 / 연인선

샌. 2006. 8. 7. 11:36

마른 강아지풀도 말을 한다

노란 아카시아도 말을 한다

도시를 메운 문명의 소리에

길든 사람들 고요를 못 견뎌

통하지도 않는 말에 매달려

하루, 한달, 일년, 생을 난다

 

그 사이

사방 귀머거리 된 살기 바쁜

사람들 옆에서

 

씨앗 피며

봉오리 터지며

나무 크며

단풍 타며

낙엽 털며

자연이

소리없이

말을 한다

누가 듣지 않아도 좋은

자기만의 말을

생명의 말을

한다

 

그 말

듣기

얼마나

복된가

 

- 듣기 / 연인선

 

무슨 영화였던가, 해 뜨는 소리를 듣기 위해 천사들이 바닷가로 모이는 장면이있었다.우리가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은 소리가 없어서가 아니다. 우리 청각의 한계거나, 아니면 들을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불행하게도 현대인은 문명의 소리에 귀 멀어 자연의 소리에는 귀머거리가 되어가고 있다. 어릴 때부터 문명에 노출되어 자란 도시의 아이들은 고요를 두려워한다. 聽無聲 - 소리 없는 말을 들을 줄 아는 사람은 복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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