學道卽無著
隨緣到處遊
暫辭靑鶴洞
來玩白鷗州
身世雲千里
乾坤海一頭
草堂聊寄宿
梅月是風流
- 學道 / 李珥
도를 배움은 곧 집착 없으매라
인연 따라 이른 곳에서 노닐 뿐이네
잠시 청학동을 하직하고
백구주에 와서 구경하노라
내 신세는 천리 구름 속에 있고
천지는 바다 한 모퉁이에 있네
초당에 하룻밤 묵어가는데
매화에 비친 달 이것이 풍류로다
유학자였지만 유가의 경계를 넘어선 인물 - 율곡 이이. 율곡은 당시에는 이단에 가까웠던 노장사상을 연구하고 도덕경을 주석했으며 불교에도 관심이 많았고, 해동공자라는 칭호를 받을 정도로 유학의 대가였지만 유, 불, 선이라는 벽에 걸림이 없이 도(道)를 따라 산 자유인이었다.
도의 세계는 종교의 구분이나 사상의 벽을 넘어서 있다. 이 시를 보면 율곡은 도의 비밀을 살짝 열어 본 사람이었던 것 같다.
隨緣到處遊, 인연 따라 이른 곳에서 노닐 뿐이네 - 바람처럼, 구름처럼 그렇게 자유로운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네. 도를 배운다는 것은 곧 나를 비우고 집착을 없애는 것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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