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앵화 / 무산

샌. 2006. 7. 21. 09:35

어린 날 내 이름은

개똥밭의 개살구나무

벌 나비 질탕한 봄도

꽃인 줄 모르다가

담 넘어 순이 가던 날

피 붉은 줄 알았네

 

- 앵화 / 무산

 

'櫻(앵)'은 앵두나무 앵 자이다.동시에 벚나무를 나타내기도 한다. 그래서 '앵화(櫻花)'란 앵두꽃이나 벚꽃을 이르는 말이다. 무산 스님은 현재 백담사 회주(會主)로 계시는 시조 작가이시다. 이 시조가 공감을 얻는 것은 우리들 모두의 보편적인 경험을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누구의 마음 속에든 그런 순이의 존재가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시조는 인간의 정신적 성숙에대해서도 말해 주고 있다. 그것은 '상실 - 고통 - 눈뜸'이라는 전형적인 과정이다.

어린 날도 역시 하나의 삶이다. 그러나 깨우침의 관점에서 그 시절은 우물 안 개구리일 뿐이다. 손바닥 만한 하늘을 전 우주로 알고 착각한다. 우물 밖으로 나와야 천지가 넓은 줄을알 수 있다.

 

한 인간의 역사를 보아도 어떤 충격적인 계기가 그런 개안(開眼)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것은 대체로 상실과 쓰라린 고통을 통해서 얻어진다. 그런 아픔을 통해 인간은 성숙해 나간다. 인생이란 그렇게 변화하며 자라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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