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샌. 2005. 1. 12. 14:04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KBS2 TV의 ‘인간극장’입니다. 지난 주 인간극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라는 제목으로 산골에서 살고 있는 젊은 부부의 얘기를 다루었습니다.

 

명문대 출신의 30대 초반의 부부가 1년 전에 무주 산골로 내려갔습니다. 도시에서 잘 나가던 그들이 산 속 오지로 들어간 것은 자신들만의 행복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화려한 도시 생활이 결코 내적인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과감히 모든 것을 버리고 자연 속으로 들어간 것입니다. 문명의 혜택이나 욕망을 따르는 삶을 거부하고 그들은 산 속에서 지금 두 번째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도시인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시도하고 있는 새로운 생활은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어떨 때는 불안해 보이기도 했지만 그들의 의지와 재능, 그리고 철저한 준비를 한 것으로 보이는 귀농이라 무척 대견해 보였습니다. 동시에 그들의 용기가 부러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전원의 꿈을 꾸지만 막상 실행하지는 못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현대 문명의 위기에 대한 처방이 여러 가지이지만 각자의 의식의 변화만큼 절실한 것도 없을 것입니다. 지금은 새로운 사고의 패러다임, 새로운 생활의 패러다임이 요구되는 시대입니다.

 

어느 스님은 그것을 사람들의 소견머리와 버르장머리가 변해야 한다고 표현했습니다. 소견머리는 세계관을, 버르장머리는 생활 방식이나 습관을 의미한다고 보면 됩니다. 사람들의 의식 변화가 동반되지 않는 어떤 운동도 성공하지 못할 것입니다.

 

행복이나 성공의 기준을 180도로 전환시키고 삶으로써 실천하는 생활을 이 젊은이들이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소로우가 20대 후반에 월든 호수에 직접 통나무집을 짓고 문명을 등진 생활을 시도해 본 것이 연상되었습니다.

 

물론 시골로 내려가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겠지요. 도시에서도, 평범한 직장 생활을 통해서도 새로운 삶의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건 훨씬 더 지난한 길일 겁니다.

 

누군가 말했습니다. ‘행복이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다.’ 사는게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덕대는 사람들에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따라 이들이 보여준 용기와 신념은 좋은 본보기가 되리라 믿습니다. 물론 여기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생명의 원리나 자연의 이법(理法)에 합치해야만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겠지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게 행복한 모습을 보여준 두 사람의 생활이 앞으로도 아름답게 지속되어 나가길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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