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역마복(驛馬福)이 터진 해

샌. 2004. 11. 23. 15:10

2004년은 우리 가정에 역마복(驛馬福)이 터진 해이다. 역마살(驛馬煞)이라는 말이 있지만 사전에서 찾아보니 '분주하게 이리저리 떠돌아다니게 된 액운'으로 나와 있는데,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것을 액운으로보다는 복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아 역마복(驛馬福)이라는 말로 써 보았다.

 

우선 집이 이사를 했고, 나는 직장을 옮겼다. 이사를 하고 직장을 옮기는 것이 가끔씩 있는 일이지만 묘하게도 금년에 두 가지가 동시에 겹쳤다.

 

변화는 새로운 자극이 되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새로운 직장, 새로운 동네에 적응하는 일이 나이가 들수록 힘들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힘든 만큼 얻는 것도 많다. 이사나 전근이 내 뜻대로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것도 역마복(驛馬福)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두 아이들은 휴학을 하고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떠났다. 이때껏 해외에 나가본 일이 없던 아이들이 올 초에 호주로 배낭여행을 다녀오더니, 막내는 어학 공부를 위해 중국으로 갔다. 외국 생활을 즐겁고 보람있게 하고 있다니 이것도 복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아내도 어찌된 일인지 금년에만 두 번이나 해외 나들이를 다녀왔다.

 

 

지지난 달에 친목회원들과 동남아를 다녀오더니, 이번에는 중국에 있는 막내를 보러 갔다 왔다. 지금껏 전혀 해외여행이라고는 모르던 우리 가족이 올해 들어 한꺼번에 몰아서 비행기를 타는 사건이 겹친 것이다. 나를 제외하고 모두들 두 번씩이나 바깥 바람을 쐰 셈이다.

 

멀게만 보였던 해외 나들이가 우리 같은 사람들도 마치 이웃 가듯 쉬이 할 수 있게 된 세상이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하다.

덕분에 나도 공항을 들락날락한 것이 여러 차례다.

 

어제 저녁에는 중국에서 들어오는 가족을 만나러 다시 공항에 나갔다. 마치 옛날에 기차역으로 마중을 나가던 때가 비견될 정도로 이젠 공항 분위기에도 익숙해졌다. 세상이 지구촌(地球村)으로 변하고 있음을 몸으로 실감하고 있다. 이것도 역마복(驛馬福)이 터진 2004년이 선물한 가르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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