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에 갔다가 뜻밖에도 아직 남아있는 단풍을 만났다. 가는 가을이 아쉬운 듯 후원으로 넘어가는 길을 따라 진홍빛 단풍들이 올해의 마지막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창덕궁은 경복궁에 비해서 조용하고 여성적인 느낌이 든다. 특히 궁궐의 정원으로 조성된 후원은 뒷산의 자연 환경을 그대로 이용해서 만들어 그 안에 들면 엄마 품처럼 포근하다. 단풍나무길을 걸어가는 한 가족의 모습이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
후원에 있는 부용정(芙蓉亭)이다. 임금이 산책하다가 쉬는 장소였다는데 이곳에서 낚시를 하기고 했다 한다. 정자 모양이아담하고 예쁘다. 자연 속에서 크게 드러나지 않으려 한 선조들의 지혜가 느껴진다.
산기슭의 낙엽이 오색 색종이를 뿌려놓은듯 다채롭다.
인정전(仁政殿). 편액에 쓰여있는대로 정말로 인정(仁政)이 실천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건물이 크고 화려할수록 그 뒤에가려진 백성들의 애환도 그에 비례하여 컸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