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사세
떠나는 연습을 하며 사세
아름다운 얼굴아름다운 눈
아름다운 목
아름다운 손목
서로 다하지 못하고 시간이 되려니인생이 그러하거니와
세상에 와서 알아야 할 일은'떠나는 일'일세
실로 스스로의 쓸쓸한 투쟁이었으며스스로의 쓸쓸한 노래였으니
작별하는 절차를 배우며 사세작별을 하는 방법을 배우며 사세
작별을 하는 말을 배우며 사세
아름다운 자연아름다운 인생
아름다운 정
아름다운 말
두고 가는 걸 배우며 사세떠나는 연습을 하며 사세
인생은 인간들의 옛 집아, 우리 서로 마지막
말을 배우며 사세
-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 조병화
어느덧 거리에는 가로수의 낙엽이쌓이고 있다.
지금 바라보는 창 밖으로 또 하나 빠알간 담쟁이 잎 하나가 아래로 떨어진다.
때가 되어서 어머니 품을 떠나는 가을 잎의 낙하가 가볍다. '안녕!' 하며 바람에 몸을 내맡기고 또 다른 세계로의 여행을 떠나는 것 같다.
세상에 나와서 만나고 사랑하고 관계를 맺는 것도 중요하지만, 떠나고 버리고 사라지는 것 또한 중요함을 이 계절은 보여준다.
'세상에 와서 알아야 할 일은 '떠나는 일'일세'
익숙한 것들과 결별함으로써 우리는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새로운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게 된다는 뜻이다.
떠남은 고통이지만 그것 없이는 인간의 성숙도 없다. 영혼은 포기의 눈물을 먹고 자란다. 이것이 우리 삶의 신비이다.
우리가 이 세상에 온 것은 이 세상과 헤어지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잘 산다는 것은 잘 헤어진다는 것과 같은 말일 수도 있다.
열심히 살지만 집착이 없는 삶, 많이 사랑하지만 애착에 매이지 않는 삶을 살라고 저렇게 가을 하늘은 맑으며 텅 비어있는지 모른다.
때가 되면 누구에게나 이 세상과의 이별의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낯익고 정든 것과의 이별은 여전히 아쉽고 쓸쓸하고 허전하겠지만 그날이 왔을 때 이 세상에서 맺었던 인연들과 따스한 미소를 나누며 가볍게 안녕을 하고 싶다.
마지막을 화사한 색깔로 단장하고 미련 없이 대지의 품으로 돌아가는 저 낙엽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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