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귀천 / 천상병

샌. 2004. 10. 19. 16:16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라고 말하리라.....

- 귀천 / 천상병

 

당신이 떠나시고 나서야 당신의 자리가 컸다는 것을 압니다.
당신이 떠나시고 나서야 당신의 사랑이 지극했음을 압니다.
당신이 떠나시고 나서야 당신의 인품이 온화하고 따스했음을 압니다.
자식들에 대한 그 사랑을 어찌 버려두고 가실 수 있었나요?
다시 못 올 먼 길을 어찌 그리 빨리 재촉해 떠나셨나요?
남은 우리는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그래도 당신은 행복했었다고 얘기합니다.
병고에무너져 내리는 당신을 보며 유약하다고 탓하기도 했지요.
그러나 당신은 고통을 속으로 삭이며 자식들에게는 내색하지 않으려고 피눈물을 흘렸음을 이제야 압니다.
우리는 당신을 땅에 묻고 다시 웃습니다.
슬피 흐느끼던 입으로 다시 맛나게 음식을 찾고 있습니다.
한 편으로는 당신의 온기를 애타게 그리워하며, 다른 한 편으로는 당신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이젠 심신의 무거운 짐 내려 놓으시고 편히 쉬소서!
꿈에서 보여주신 대로 길 떠나신 저쪽 나라에서 안식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