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단순하게 느리게 고요히 / 장석주

샌. 2004. 11. 6. 09:43

땅거미 내릴 무렵 광대한 저수지 건너편 외딴

함석 지붕 집

굴뚝에서 빠져나온 연기가

흩어진다

 

단순하고

느리게

고요히

 

오, 저것이야!

아직 내가 살아 보지 못한 느림!

 

- 단순하게 느리게 고요히 / 장석주

 

빨리 빨리가 미덕이 되었고, 분주함은 일상이 되었다.

어떤 때는 나 자신이 현대 문명의 속도전에 이유도 모른채 내몰린 힘없는 병사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바쁜 일상의 틈 사이로 언뜻 비치는 그런 느낌......

저녁 어스름, 고향의 초가 지붕 위로 느릿느릿 피어오르던 연기를 떠올리면 나는 슬프다.

바삐 달려오기만 한 내 이 자리는 어디인가?

 

정말 그렇게 살고 싶다.

단순하게, 느리게, 고요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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