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의 뒤쪽에 작은 배수로가 있는데 비만 오면 흙이 쓸려 내려가서 성가시게 한다.
시멘트블록 50개를 사다가 한 줄로 쌓았다.
시멘트블록을 나르랴, 줄 맞추어 쌓으랴, 안 그래도 서툰 노동인데 혼자서 하는 작업이라 거의 하루가 걸린다.
줄도 삐툴삐툴, 높낮이도 들쭉날쭉, 다른 사람이 본다면 허허 하며 웃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마음은 뿌듯하다.
사람을 사서 할려니 요사이 인건비가 만만치 않다. 그러나 돈보다도 더 소중한 것은 내 땀의 흔적을 보게 되는 보람일 것이다.
노동을 하는 것이 고단하기는 하지만 땀이 정신적 카타르시스 작용을 하는 것을 새롭게 경험한다.
육체적 노동에 집중하고 있을 때는 복잡한 세상사는 잊어버리게 된다.
내 일을 하면서 명상의 효과까지 덤으로 받고 있으니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그러니 결과가 초라해도 좋고. 일이 느릿느릿 진행되어도 괜찮다.
어설프게 끝난 일을 느긋하게 바라보며 바보같이 웃는다.
엉성하더라도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올 여름만 무사히 넘기거라. 그러면 너도 땅과 하나가 되어 단단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