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새끼 마음 놓고 뛰어 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히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소리 구슬피 들려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란 은행잎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 신석정
한껏 게을러 있다. 침대에 누워 비에 젖고 있는 바깥 풍경을 바라본다. 문득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이라는 시 구절이 떠오르고, 외울 수 있는 데까지 중얼거려본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60년대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실렸던 시다. 당시에도 이 시가 좋아서 아마 암기를 할 정도로 되뇌었을 것이다. 다시 읊어보니 오늘 날씨, 그리고 요사이 내 기분과도 꼭 어울린다. 떠나고 싶다. 소란한 세상과 인간 관계의 번잡함에서 벗어나고 싶다.
모든 것 훌훌 벗어던지고 그 나라에 가고 싶어라.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는 나라, 순수와 자유와 평화의 나라,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에 가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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