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삼보일배 하면 기독교인 아니다

샌. 2003. 10. 6. 15:51

오늘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기사 전문은 다음과 같다.

제목; 삼보일배 하면 기독교인 아니다

전북 기독교교회협의회(회장 최희섭 목사)는 6일 "기독교 이름으로 삼보일배(三步一拜)를 해서는 결코 안되며 기독교 단체는 삼보일배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전북지역 14개 시.군 기독교회로 구성된 협의회 대표 8명은 이날 오전 전북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서 "불교 의식인 삼보일배는 기독교 교리와 성서에 위배되는 행위"라면서 "개인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기독교인이 아니며 기독교인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언론은 앞으로 기독교가 삼보일배에 참가했다는 보도를 삼가 주기를 바라며 기독교인은 반대의사를 표현할 때 신앙 양심에 따라 하나님의 말씀에 어긋나지 않는 방법을 써 줄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원전센터 유치에 반대하며 부안-전주 50여㎞ 구간에서 지난 1일부터 부안군 각 면과 단체들에 의해 릴레이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삼보일배는 7일 진서면과 이 지역 기독교계에 의해 수행될 예정이다.

이 기사를 읽고 잠시 멍해졌다.
갑자기 기독교인 자격을 박탈당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독교인 자격이 있다고 평소에 자신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기사가 자세하지 않아 발표한 내용에 대해 왈가왈부 비판할 수는 없고, 혹시나 그분들이 자신들이 기독교인 자격을 주는 사람이라고 착각하고 있는지나 아닌지 모르겠다.
삼보일배 행위가 기독교 교리나 신앙에 위배되는 것이고 그래서 기독교인일 수 없다는 논리는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친 독단이다.

이건 원전센터 유치를 찬성하고 반대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인 것 같다. 어떤 사안에 대하여 여러가지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또 상대방의 의견은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인간 영혼을 다루는 영역에서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할 것 같다. 이성이나 논리 대결로 해결 볼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흔히 성직자를 양떼를 이끄는 목자에 비유한다.
이리로부터 양떼를 잘 보호하는 것이 중요한 임무일 것이다. 그러나 무엇이 이리이고 무엇이 토끼인지도 모르는 목자가 있다면 그 목자에게 맡겨진 양떼들의 운명은 어떠할 것인가?

지난 유니버시아드 대회 때의 한 헤프닝이 생각난다.
귀염둥이 북쪽 응원단이 버스를 타고 가다가 길거리에 걸린 북쪽 지도자의 사진을 보고 장군님을 이렇게 소홀히 취급한다고 집단으로 부린 광기(?)가 있었다.
그 보도를 접하고 많은 사람들이 얼떨떨한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아무리 문화적인 차이로 이해해 보려 해도 뭔가 높은 벽이 가로막고 있음을 느낀 것이다.
마르크스는 종교를 인민의 아편이라고 했다. 아마도 변질된 공산주의겠지만 이런 종교의 특성을 가장 잘 이용하는 곳이 바로 그의 추종자들이라고 주장하는 자들에 의해서 활용되고 있다.

내가 볼 때는 극보수 기독교나 이런 극좌익이나 단순한 절대 믿음이라는 측면에서는 똑 같지 않나 싶다. 극우와 극좌는 통한다고 했다. 그런데도 묘하게도 만나기만 하면 뒤통수가 깨지도록 싸우는 것은 이 두 집단이다.

작년이던가, `예수는 없다`라는 책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읽어본 바로는 제목과 달리 예수는 있다라는 내용이었다. 다만 예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시각 차이가 문제될 뿐이었다.
그 즈음에 저자의 강연회에 참석했었다. 불행하게도 강연회는 중간에 토막나고 말았다. 오직 성경 몇 장 몇 절을 인용하는 사람들의 큰 소리와 항의 때문이었다.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므로 일 점 일 획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사탄의 무리들이었다.

문제는 종교에 대한 이런 근본주의적 시각이 우리 사회에 적지않게 퍼져 있다는 점이다.
성숙한 인간이나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좀더 넓은 시각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그것은 우선 상대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관용의 정신이다.
잘 살게는 되었지만 집단 혹은 개인적 이기주의에 병들어 있는 이런 현실의 책임을 종교도 상당 부분 져야 할 것이다.
배타적인 종교적 교리나 가르침이 이런 흐름에 일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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