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누릴 줄 아는 것도 개인의 능력이다. 비슷한 환경인데도 어떤 사람은 감사하고 행복해하는데 어떤 사람은 힘들고 불행하다며 징징댄다. 행복이 객관적 상황에 좌우되기보다는 마음에 달려 있다는 걸 많은 연구 결과가 말해주고 있다. 행복을 발견하고 향유할 줄 아는 능력을 '행복 감성'이라고 부르고 싶다. 행복 감성이 발달한 사람은 밝고 풍요로운 인생을 산다.
선천적으로 행복 감성을 많이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있다. 그런 역할을 하는 행복 유전자가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사람은 자신이 행복할 뿐만 아니라 옆 사람에게도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한다. 별다르게 노력하지 않아도 주위를 밝고 환하게 변화시킨다. 반면에 행복 감성이 부족한 사람은 본인이 피곤할 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도 짜증 나게 한다. 사람들이 누구를 좋아할지는 명약관화한 일이다.
어느 연구소에서 행복한 사람의 특징으로, 타인을 신뢰, 남과 비교하지 않음, 보수적이지 않음, 권위적이지 않음, 인간관계 중시 등을 들었다. 그 외에도 나로서는 낙관적 성격, 자연에 대한 심미안, 현재를 중시하기, 욕심이 적은 마음 같은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행복한 사람은 대체로 진취적이며 열정을 가지고 있다. 과거에 얽매여 있지 않다. 과거에 집착한다는 것은 불행의 실마리가 된다. 그것이 행복했던 경험이든 불행했던 경험이든 마찬가지다. '행복의 추억만큼 행복을 방해하는 것은 없다'고 앙드레 지드는 말했다. 이미 흘러간 물을 다시 담으려는 것만큼 어리석은 행위도 없다.
다행히도 나는 과거 망각증에 걸려 있다. 좋았던 일도 나빴던 일도 기억에 남아 있는 게 별로 없다. 사람도 사건도 마찬가지다. 때로 불편할 때도 있지만, 행복의 측면에서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감사하고 있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과거의 아픈 상처를 보물처럼 모시고 있는데, 나이가 들수록 더욱 생생히 되살려낸다. 어떤 식으로든 정신적 치유의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그런 점에서 나이가 들수록 뇌의 기억력이 감퇴하는 건 축복이라 할 수 있다. 쓸모없는 걸 너무 많이 알고 있다고 하늘이 알아서 줄여주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노인의 잔소리가 얼마나 더 심해지겠는가. 그러나 예비된 장치가 너무 과열되어 치매로까지 나아가는 건 곤란한 일이다.
행복을 누리는 게 선천적 능력이긴 하지만 후천적인 훈련으로도 충분히 키울 수 있다. 사람들이 돈을 벌려고 노력하는 만큼 행복에 관심을 둔다면 누구나 행복 수준을 몇 단계씩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성격이 비관적인 편에 속하고 비교하기를 잘한다. 따라서 행복 감성도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다. 사람들은 뭐가 부족하냐고 말하지만 갈증은 여전하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내가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기쁨과 행복은 바깥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제 힘으로 깨우쳐 가며 자기 안에서 캐내어야 한다. 이렇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노력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행복 감성도 높아지리라 믿는다.
"행복의 문 하나가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 그러나 우리는 닫힌 문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우리를 향해 열린 문을 보지 못한다." - 헬렌 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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