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긴 싸움이 끝나다

샌. 2012. 9. 25. 12:08

국세청과 벌인 긴 송사가 끝났다. 재작년 여름에 세무서에서 밤골 생활에 대해 중과세를 한다는 통고가 왔으니, 그때로부터 2년이 넘게 걸린 다툼이었다. 세무서에 과세적부심 심사를 요청하였으나 거부당했고, 이어서 국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으나 역시 기각당했다. 어쩔 수 없이 법원에 소송을 냈고, 1심에서 이겼으나 피고가 항소를 해서 2심까지 갔다. 고등법원에서도 이겨서 끝나는가 했더니 끈질긴 국세청은 대법원에까지 상고를 했다. 얼마 되지도 않는 돈을 가지고 이렇게 악착같이 달라붙을 줄은 예상을 못 했다. 그런데 최종 판결을 기다리는 중에 부과한 세금을 반환하겠다는 연락이 왔고, 빼앗겼던 돈을 되찾을 수 있었다. 졌다는 걸 인정한 것이다.

 

그동안 국세심판원과 행정법원, 고등법원을 거치며 여러 번 법정에 출석했고 변론을 했다. 내 마음이 전해지지 않을 때는 답답했고, 판결을 기다릴 때는 조마조마했다. 희비가 연속으로 찾아왔다. 법원에 가보니 억울한 사람이 수도 없이 많았다. 판결에 불만을 품고 판사를 석궁으로 위협한 교수의 심정이 이해되었다. 국가를 상대로 하는 소송에서는 개인이 약자가 될 수밖에 없다. 골리앗 앞에 선 느낌이랄까, 국가권력이라는 실체가 얼마나 거대한지를 실감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인생공부를 했다. 더구나 결과가 잘 나와서 모든 고생을 보상받았다. 재판부에 감사드린다. 변호사도 없이 친구의 도움을 받으며 재판을 진행했는데, 진심이 통했다고 생각한다. 고등법원에서는 세무서에서 제시한 자료가 워낙 치밀해서 지는 줄 알았다. 그들이 사생활 기록까지 모두 들춰내는 걸 보고는 정나미가 떨어졌다. 자신의 할 일을 충실히 하는 거겠지만 비쩍 마른 종아리에 달라붙어 피를 빨아먹는 거머리에 다름 아니었다.

 

세무 직원이 탈세를 막기 위해서 애쓰는 바를 모르는 건 아니다. 그러나 무리한 세금 부과로 억울한 국민이 생겨서는 안 될 일이다. 탁상행정식의 해석으로 밀어붙인다면 뒷골목 조폭일 뿐이다. 제발 큰 도둑들이나 제대로 잡기 바란다. 지능적으로 법망을 빠져나가며 기름진 배를 두드리는 무리에게 당신이 가진 날카로운 칼날을 쓰기 바란다.

 

국가를 상대로 하는 세무 소송에서 이기는 확률이 20% 정도라고 한다. 그 안에 내가 들었다. 처음 소송을 시작할 때 법대를 나온 친구에게 조언을 구했더니 바위에 계란 치기라며 포기하라고 했다. 억울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돈이 아니라 자존심의 문제였기에 그냥 물러서는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그리고 결국은 이겼다.

 

이제야 밤골 생활이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그곳에는 가져오지 못한 살림과 책더미가 아직도 쌓여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밤골에 갈 수 있어야 완전한 마무리가 될 텐데, 그때는 언제 올는지, 내 인생 최대의 모험이었던 밤골의 후유증이 참 오래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