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한 톨을 다투는 세상

저녁 무렵에 숲속을 거닐다가 우연히 어떤 어린애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숨이 넘어가듯 울어대며 참새처럼 수없이 팔짝팔짝 뛰고 있어서 마치 여러 개의 송곳으로 뼛속을 찌르는 듯 방망이로 심장을 마구 두들기는 듯 비참하고 절박했다. 어린애는 잠깐 사이에 목숨이 끊어질 듯한 모습이었다. 왜 그렇게 울고 있는지 알아보았더니 나무 아래서 밤 한 톨을 주웠는데 다른 사람이 빼앗아 갔기 때문이었다. 아아! 세상에 이 아이처럼 울지 않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저 벼슬을 잃고 권세를 잃은 사람들, 재화를 손해본 사람들과 자손을 잃고 거의 죽게 된 지경에 이른 사람들도 달관한 경지에서 본다면, 다 밤 한 톨에 울고 웃는 것과 같을 것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아들에게 쓴 편지에 나오는 내용이다. 어릴 적에는 목숨보다 더 소중해 보이던 게 커서 보면 고작 밤 한 톨에 불과한 것을 알게 된다. 돌이켜 보면 우리가 집착하는 게 다 밤 한 톨이 아닐까? 그때는 땅이 꺼지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면 별것 아니었음을 안다. 왜 그렇게 안달복달했을까? 이 세상을 뜰 때는 그 모든 게 먼지 같이 느껴지지 않을까?

 

인생의 시기마다 밤 한 톨 역할을 하는 게 늘 있다. 지상에 살면서 하늘에서 내려보는 듯한 달관한 경지에 이른다면 오죽 좋겠느냐만 필부들의 삶이 그렇지 못하다. 어린애가 사탕 한 알에 울고 웃듯 어른이 되어도 다를 바 없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다면 무척 가소로울 것이다. 밤 한 톨을 뺏겼다고 목숨이 끊어질 듯 울어대는 어린애와 마찬가지다. 이것 주세요, 저것 주세요, 라는 기도를 들어야 하는 하느님도 같은 심정이 아닐까?

 

다산은 우는 어린애를 보며 자신을 돌아보았을지 모른다. 벼슬 잃고, 권세 잃고, 재화를 손해 보고, 자손을 잃은 게 바로 다산 자신이기 때문이다. 다산은 어린애를 달래서 돌려보내고 아마 허허, 너털웃음을 웃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