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노년에 필요한 것

샌. 2012. 12. 9. 11:01

노년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여자와 남자에게 물어보았단다.

 

여자; 돈, 건강, 친구, 딸

남자; 아내, 배우자, 집사람, 처

 

시중에 떠도는 우스갯소리지만 요즈음 세태를 드러내 주는 말이다. 남자로서는 씁쓰름하다. 한 모임에서 이런 걸 소재로 얘기를 나누다가 어느 여자분이 "도대체 남자의 정체성이 뭐냐?"는 질문을 해서 당혹했던 적도 있었다.

 

대체로 보면 나이가 들수록 여자는 활발하고 독립적이 된다. 적극적으로 인생의 즐거움을 찾는다. 그러나 남자는 늙은 수컷 사자 신세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전에는 일이 모든 것을 덮어 주었다. 일과 돈을 매개로 큰소리를 칠 수 있었다. 그러나 일이라는 보호막이 벗겨지면 발가벗은 어린아이에 불과하다. 그게 불안하니까 끝없이 일을 놓지 않으려 한다.

 

대우받았던 자신의 위치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고 불평할 일만은 아니다. 일에만 올인했던 남자일수록 이런 부작용을 겪는다. 부인과 자식 탓할 필요도 없다. 이젠 스스로 일어서야 한다. 내가 누구이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면 답이 나온다. 소외와 외로움은 회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부딪치는 게 좋다.

 

부부는 나이가 들수록 의지(依支)와 독립(獨立)의 균형을 잘 맞추어야 한다. 그중에서도 중요한 건 독립이다. 독립의 바탕 위에 서로 도와주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게 옳다. 호르몬의 작용인지는 몰라도 노년에 접어들면 여자는 독립성이 커지고, 반대로 남자는 의존성이 커진다. 이 둘의 조화를 잘 이루어야 건강한 가정이 된다.

 

요리를 배우고 싶은데 잘 안 된다. 아직은 절실한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인지 모른다. 전 직장에서 옆에 앉았던 동료는 취미가 요리였다. 언젠가 그의 집에 놀러 갔는데 직접 시장에서 재료를 사와 부엌에서 음식을 만드는데 장난이 아니었다. 지금은 솔직히 그 동료가 부럽다. 직접 요리할 줄 아는 것은 퇴직 후에 남자가 갖추어야 할 필수조건이다. 이것 역시 홀로서기의 일환이다.

 

앞에 나온 질문을 지금 나 자신에게 한다면, 나는 '튼튼한 다리'와 '호기심'이라고 대답하겠다. 첫째로, 늙어서도 어디든 내 마음대로 걸어갈 수 있는 튼튼한 다리를 가졌으면 좋겠다. 둘째로,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늘 지니고 싶다. 마음이 굳어져 완고해지는 건 싫다. 어린아이처럼 보들보들한 마음으로 작고 아름다운 것에 경탄하며 살고 싶다. 노년의 행복이란 청춘과 달리 아주 가까이에 있다. 그게 늙어가는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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