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논어[23]

샌. 2013. 3. 28. 11:51

자장이 벼슬 구하는 길을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많이 듣되 의심나는 점은 함부로 지껄이지 마라. 그러면 허물이 적을 것이다. 많이 보되 갈피를 못 잡겠거든 아예 해볼 생각을 마라. 그러면 후회가 적을 것이다. 말에 빈틈이 적고, 행동에 거침새가 적으면 벼슬이란 저절로 굴러들게 마련이다."

 

子張 學干祿 子曰 多聞闕疑 愼言其餘 則寡尤 多見闕殆 愼行其餘 則寡悔 言寡尤行寡悔 祿在其中矣

 

애공이 묻기를 "어떻게 하면 백성이 따르게 됩니까?" 선생은 대답하기를 "곧은 사람을 골라 굽은 자 위에 두면 백성들이 따르고, 굽은 자를 골라 곧은 사람 위에 두면 백성들은 따르지 않습니다."

 

哀公問曰 何爲則民服 孔子對曰 擧直조諸枉 則民服 擧枉조諸直 則民不服

 

- 爲政 13

 

 

벼슬을 구하려는 제자와, 사람을 쓰려는 애공의 서로 다른 두 입장에 대한 공자의 대답이다. 지금 우리의 정치 현실이 겹쳐진다. 새 정부의 예비 각료들이 임명을 앞두고 여러 명 낙마했다. 굽은 자를 골라 높은 자리에 앉히려 하니 탈이 난 것이다. 인물이 저렇게 없는가, 한탄이 나온다. 그나마 내부 검증을 거쳐서 뽑힌 자들이 저 정도니 우리 사회 지도층의 행실이 어떤지를 보여준다. 일말의 부끄러움도 없다. 정신이 썩어 있다는 증거다. 그나마 과거에 비해 이런 검증 시스템이라도 작동되고 있다는 데에 위안을 삼는다.

 

공자는 벼슬을 구하는 제자에게 신언신행(愼言愼行)을 당부했다. 이건 정치를 하려는, 남 앞에 나서려는 사람의 최소한의 자기 관리다. 여기에는 이율배반적인 요소가 있기는 하다. 곧은 사람이 정치에 뜻을 두는 경우는 드물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야망을 이루려는 사람이 대개 정치판에 뛰어든다. 말과 행실이 바른 정치인을 기대하는 건 옛날이나 지금이나 난망한 일이다. 공자도 철인정치를 꿈꾼 것 같지만 역시 현실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 제발 보스보다는 국민을 무섭게 알라. 대통령을 모신 회의 자리에서는 하나같이 수첩을 꺼내놓고 지시사항을 열심히 적는다. 마치 받아쓰기 시험을 보는 초등학생들 같다. 충성 경쟁도 아니고 무슨 꼴불견인가. 요사이 같은 세상에 대통령이 한 말씀은 회의가 끝나면 금방 자료로 나온다. 정권이 달라졌으니 뭐 좀 신선한 것 없어? 박근혜 정부는 너무 답답하고 깜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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