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논어[22]

샌. 2013. 3. 23. 08:44

선생님 말씀하시다. "유야! 안다는 것을 가르쳐 주련? 아는 것은 안다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아는 것이다."

 

子曰 由 誨女知之乎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 爲政 12

 

 

학생들이 제일 스트레스 받는 게 시험일 것이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하면 시험이란 아주 단순하다. 자기가 아는 것은 답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 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시험 결과에 따라 우열을 가르고, 상벌을 주고, 심지어는 앞날까지 결정되어 버리니까 심각해지는 것이다. 어떻게든 한 개라도 더 맞히기 위하여 커닝도 불사한다. 모르는 것도 아는 척을 해야 한다.

 

한국의 현실 교육에서 평가란 학생을 성적순에 따라 줄세우기 하는 것이다. 원래 평가란 교육자의 교수 행위가 얼마나 피교육자에게 전달되었는지 확인하는 수단이다. 평가 결과를 통해 반성하고 배워야 할 사람은 사실 교육자다. 더불어 피교육자도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평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거면 된다. 그런데 평가 결과가 상급학교 진학과 연결되는 데서 문제가 생긴다. 절대평가냐, 상대평가냐, 라는 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어찌 되었든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져 있다. 교사를 지식 장사꾼이라 한들 할 말이 없다. 그러나 공자에게 '아는 것'[知]이란 간단한 것이었다. 아는 것은 안다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아는 것이다. 잡다한 지식을 많이 접하는 게 아는 게 아니다. 그런 건 대부분이 가짜 지식이다. 가짜 지식이 머리에 가득 차 있으면 독선적이고 위선적이 된다. 실제로는 아는 게 없으면서도 많은 걸 아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자본주의는 이런 가짜 지식을 만들고, 상품화하고, 팔아먹는다. 어리석은 대중은 이를 열심히 소비한다.

 

진짜로 아는 사람은 자신이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아는 사람이다. 소크라테스가 현인으로 존경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할 수만 있어도 인간은 겸손해질 수 있다. 아는 것을 안다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할 때, 인간은 자신의 앎이 얼마나 왜소한지 자각한다. 아는 것이 없다는 걸 아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앎이다.

 

여기 나오는 유(由)는 자로(子路)다. 성격이 거칠고 호탕하여 다른 제자들에게 큰소리치는 경우가 자주 있었을 것이다. 잘 모르는 것도 아는 체했기 때문일까, 자로에 대한 충고로는 딱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아는 것은 안다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 하는 것이 아는 것이라는 공자의 지적은 앎의 핵심을 찌르는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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