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출석 부른다 / 이태선

샌. 2013. 4. 8. 08:39

1번 한우람 정다혜

2번 동사무소 앞 황매화

3번 경비실 옆 철쭉

4번 반지하 방 창문 얼룩

 

폭우 그친 이튿날

북한산 밑 쌍문1동 교실 반짝반짝

햇빛 선생님 출석 부른다

 

덥수룩한 어둑발이 쳐들어온다 마루 끝에 앉은 아버지 신을 벗어 턴다 소가 울지 않는다 옆집 도마질 소리 수돗가 펌프 소리

 

미지근한 수돗물 낮은 부뚜막 하수 냄새 외가의 쪽마루 고양이, 청승 맞게 울던 서울 냄새

멀미 노란 눈 속으로 고요히 골목 연탄 냄새

 

깊게 깊게 맑은

폭우 그친 다음 날

한우람 정다혜

 

뜸부기 소쩍새

세상 만물 대답한다

반짝 반짝

담벼락의 벽보도 내 마음의 얼룩도

 

- 출석 부른다 / 이태선

 

 

지난 주말에는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봄 심술이 심했다. 오늘 아침은 햇빛 선생님 환한 얼굴로 출석부를 들고 들어오신다.  앞 집 까치가 제일 먼저 대답하고, 길 건너 파리바게트 간판도 반짝 반짝 인사한다. 나도 제일 큰 목소리로 네, 하고 대답한다. 낮에는 가까운 곳에 산책이라도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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