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은 칼 세이건이 지구에 붙인 이름이다. 1990년에 태양계 밖으로 날아간 보이저 1호가 60억km 떨어진 곳에서 지구를 촬영했는데, 희미하게 빛나는 모습을 보고 그렇게 명명했다.
이번에 토성 탐사선 카시니(Cassini)가 지구를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지난 19일에 지구에서 15억km 떨어진 곳에서 촬영한 것이다. 토성의 고리 밑에 화살표로 표시된 점이 지구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지구를 보면 태양에 너무 가까이 붙어 있어 사진 찍기가 힘들다고 한다. 다행히 이 경우는 토성 뒤에 태양이 가려져 있어 지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NASA 홈페이지 설명을 보면 지금까지 외계에서 지구 사진을 찍은 경우는 세 번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만큼 귀한 사진이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한 개의 점에 불과하다. 입김에도 날아가 버릴 듯 연약해 보인다. 저 작은 점 안에서 탐하고, 속이고, 빼앗고, 죽이고 하는 짓거리가 와각지쟁(蝸角之爭)에 다름 아니다. 하느님이 보신다면 대체 뭣 하는 짓거리냐며 혀를 끌끌 찰 것이다. 인류가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우주적 시각을 가질 날이 언제쯤일까?
아래 사진 역시 같은 탐사선에서 찍은 지구와 달이다. 망원렌즈로 당겨서인지 지구는 보석처럼 반짝인다. 저 캄캄한 공간을 배경으로 '창백한 푸른 점'에서 함께 살아가는 우리는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