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아내의 다짐

샌. 2013. 7. 23. 12:43

 

아내는 몸이 많이 부실하다. 5년 전의 큰 수술 후 더 나빠졌다. 조금씩 좋아지고는 있지만, 아직 여진이 끝나지 않았다. 어제는 구토가 나고 머리가 어지러워서 종일 누워있어야 했다. 뇌에 이상이 온 건 아닌지 병원 진료를 받아봐야 할 것 같다. 그래선지 아내는 요사이 부쩍 건강에 관심이 많아졌다. 요가를 하고, 장신대에서 하는 자연치유 강좌에도 나간다. 거기서 권해 준 방법을 집에서도 열심히 실천한다. 애쓰는 게 보이지만 나아지는 속도는 거북이보다 느리다.

 

노란 스티커에 써 놓은 아내의 메모를 보았다.

 

혼자의 시간 - 산

복식호흡과 여유

의식적으로 웃기

밤에는 다른 일 하지 않고 잠자기 위한 준비

 

아파하는 사람을 옆에서 지켜볼 때면 무력감을 느낀다. 고통은 온전히 아픈 사람 혼자서 감내해야 한다. 옆에 있어도 정작 도움이 되는 건 별로 없다. 스스로 이겨나갈 수밖에 없다. 질병은 인간에게 존재적 고독을 깨닫게 해 주는 것 같다. 메모를 보았지만 못 본 척했다. 마음이 아리다. '의식적으로 웃기'에는 아내의 괴로움이 묻어 있다. 아내는 잠드는 것조차 고군분투다. 날 부러워하는 아내에게 나는 '골골 백살'이라고 놀린다. 그리고 다짐대로 아내가 정신적으로 좀더 여유롭고 강해지길 진정으로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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