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된 외손주를 데리고 창덕궁에 나들이를 다녀왔다. 아이와 함께한 첫 외출이었다. 어느새 유모차를 따라가는 할아버지가 되다니, 내 자식이 유모차에 앉아 있었을 때가 자꾸 생각났다.
손주는 이제 막 길려고 한다. 팔과 무릎으로 버티기는 하는데 아직 앞으로 나가지는 못한다. 아이가 크는 걸 보면 무척 빠르다. 그래도 저걸 언제 키워서 사람으로 만들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창덕궁은 전과 달리 자유 입장이었지만, 후원은 여전히 가이드 인솔하에만 관람이 가능했다. 후원을 자유롭게 다니는 특별 관람이 없어져 아쉬웠다. 우리는 애련지까지만 따라갔다가 되돌아 나왔다. 그런데 후원에서는 통제가 너무 심해 마음 놓고 의자에 앉아 쉬지도 못했다. 잘 보전이 되어야 하므로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다.
창덕궁은 조선 시대 궁궐 중 제일 아름답다. 건물이나 그 배치가 아기자기한 게 여성적인 느낌이 든다. 또 경복궁처럼 소란스럽지 않아서 좋았다. 그러나 자유 입장이 된 후 창덕궁도 많이 번잡해졌다. 학생들이 단체로 들어오면 분위기가 완전히 망가진다. 고궁의 분위기를 지켜낼 묘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