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굵은 남성적인 글을 쓰는 유용주 님의 산문집이다. 치열하게 삶을 사시는 분답게 글에서도 불꽃 같은 뜨거움이 느껴진다. 중학교를 중퇴하고 온갖 궂은 일터를 전전한 경험이 글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속에는 따스하고 섬세한 감성이 살아 숨 쉰다. 입담 좋은 분답게 글도 재미있어서 단숨에 읽힌다.
체험에서 나온 글은 힘이 있다. 삶과 싸움을 해 본 사람과 안 해 본 사람의 차이다. 나 같은 백면서생은 이런 분이 무척 존경스럽다. 수많은 전투를 치러낸 백전노장의 위엄 앞에서 주눅이 든다. 더구나 자신의 고통과 아픔을 문학으로 승화시켰다. 슬픔과 분노를 안으로 쌓아야 내공이 생긴다. 지은이에게는 삶 자체가 문학이다. 전에 나왔던 산문집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의 첫머리가 '내 문학은 내 삶뿐이다'로 시작된다.
<쏘주 한 잔 합시다>는 전작의 연장이랄 정도로 형식이 비슷하고 재미도 그대로 이어진다. '그 숲길에 관한 짧은 기억'이라는 같은 제목의 글도 있다. 다만 부산에서 두바이까지 17일간 컨테이너선을 타고 바닷길 체험을 한 항해일지 기록이 특이하다. 배 안에서도 역시 제일 자주 찾은 게 술이었으니 아무리 강철 같은 몸도 어떻게 견딜까 싶다.
가난과 싸우며 시인의 꿈을 키운 지은이의 글은 거친 들판에서 자란 맷집이 단단하다. 삶은 굴곡이 있어야 이야깃거리가 생기는 법이다. 그리고 아픈 사람을 위로할 수 있고 감동을 줄 수 있다. 유용주 님 글의 특징이다. 그러나 거친 인생 경험에서 비롯된 작은 것, 고통받는 것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아름답다. "쏘주 한 잔 합시다"고 부탁하고 그분의 얘기를 직접 들어보고 싶다. 깊고 치열하게 인생을 살라는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삶은 그 자체로 놓아두면 도대체 뻣뻣하고 딱딱해서 쓸모가 없을뿐더러 깎을 수도 다듬을 수도 휠 수도 없으며 볶거나 데치거나 삶거나 구워먹을 수가 없는 아주 지독한 놈이다. 가만 놔두면 금방 곰팡이가 슬고 쉬어빠져서 그냥 내다버릴 수밖에 없는 게 삶이라는 놈이어서, 요놈은 그저 아침저녁으로 뜨거운 맛을 봐야 정신을 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