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랑가 생시랑가 머시 묵직한 거시 자꼬 눌러싸서 눈 떠본께 글씨, 나, 배, 우에, 올라타 있드랑께 워어메 이거시 먼 일이여, 화들짝 놀라 이눔 새끼를 발로 차버릴라고 했는디 이눔의 나무토막 같은 다리가 말을 안 듣는겨 죙일 서갖꼬 콩콩 프레스를 밟아댄께 참말로 이 다리가 내 다리여 놈의 다리여 이 급살 맞을 놈, 콱 죽여분다 이 신발 밑창 같은 새끼, 겨우 몇 마디 하고 글시 다시 스르르 눈이 감겨버렸나 벼
포옥 한숨 자고 포도시 눈이 떠졌는디 아즉도 꿈이랑가, 워메 그 인사가 아즉도 엎어져 있는겨, 와따 여즉도 안 갔소이, 머시 좋은 거이 있다고 고렇코롬 자빠져 있소, 눈 붙이고 난께 존 말라 타일러집디다이, 낼 일할라믄 질게 자야 쓴께 지발이나 빨리 가랑께요, 근디 이 본드 발른 밑창 같은 작자가 흔들어도 붙어 있는겨 이 썩어 자빠질 놈아, 다리를 휙 들어서 확 차분께 그제사 떨어져 나가붑디다 아따 컴컴하니 눈도 다 안 떠진디 먼 얼굴을 봤것소
일하고 깜깜해 돌아와서 더듬더듬 방문을 여는디 머시 겁나게 큰 것이 굴러가는겨, 오살할 놈, 남의 문 깨부셔불고 들올 땐 언제고 먼 지랄한다고 자물통이여, 육시럴 놈 같으니라고 누가 처먹는다고 수박도 오살나게 무겁드랑께요
- 남자보다 무거운 잠 / 김해자
이런 시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가슴이 먹먹하다. 우선 시인 같은 분들께 엄청난 빚을 지고 있다는, 지금 내가 누리는 자유와 풍요는 그분들의 헌신과 피땀의 결과로, 나는 그냥 공짜로 과실을 따먹고 있다는 죄책감이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남자보다 무거운 잠, 제목만으로도 너무 아프다. 시인이 꿈꾸는 세상과 해방은 어떤 것일까?
시인의 말이다.
"기쁨과 향유와 쾌락과 먹거리인 대지의 수난은 제게 여성과 약자의 굴욕과 상처로 바로 치환돼요. 착취의 대상이자 오물처리장으로 대하는 땅에 대한 경외와 옹호, 그것은 제 실존으로부터 비롯되죠. 연민이나 동정이 아닙니다. 제가 여자고, 어쩌다 보니 병약하고 가진 게 없는 가난한 자가 되어버렸습니다. 제가 목도하는 세상은 그냥 제 존재의 수치를 보여주는 거울이랄까? 이 세계의 불균등한 얼굴과 비대칭은 제가 만든 정원이라는 생각, 그러니까 제 밭을 치욕스럽게 짓밟는 것에 대한 견딜 수 없는 윤리적 요청이 해방을 꿈꾸게 합니다. 도덕이나 정의가 외재한다면 제 자신의 잣대로서의 윤리는 시시각각 안에서 고개를 처듭니다. 배가 아프고 머리가 찌릿거려 몸이 반응하는 대로 어린아이처럼 내지르는, 안팎 구별이 없는 순수욕망의 몸짓과 마음에 도달하는 것이 어쩌면 우리가 꿈꾸는 해방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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