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한 지 1년이 지나서야 보게 된 영화다. 극장에서 꼭 봐야지 하다가도 놓치게 되는 영화가 많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도 그랬다. 영화의 재미가 이런 것이구나, 하고 감탄케 한 영화다. 영화에서 감독의 역량이 얼마만 한 비중을 차지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전체적인 느낌은 절제와 아름다움이다. 스크린의 미학을 제대로 보여준다.
1930년대의 혼란기, 살인 사건에 연관되어 호텔 지배인인 구스타브와 견습생인 제로가 벌이는 모험담이다. 스릴 넘치는 서스펜스로 만들어질 수 있건만 감독은 경쾌하고 유머러스하게 이야기를 전개한다. 돈을 둘러싼 음모, 살인, 전쟁 등 심각하게 다루어질 요소가 아이들 장난처럼 재치있고 가볍게 취급된다. 세상사 너무 무겁게 대하지 말라고 한다. 여기에 배우들의 절제된 연기, 원색의 균형 잡힌 화면이 그 효과를 더한다.
이런 장르의 영화를 지칭하는 이름이 있을 것이다. 살롱 사진 분위기를 띠는 영상에서 나오는 시각적 효과가 특징이다. 배우들의 절제되어 있으면서 조금은 과장된 연기도 재미있다. 밑의 장면에서 보듯 빨간색과 보라색, 분홍색과 하늘색의 대비가 강렬하면서 잘 어울린다. 물론 영화의 내용과도 일치한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인간의 삶을 한 편의 동화처럼 보이도록 만든 영화다. 비극적으로 보이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 낭만 같은 것이 인생을 값지게 만든다. 전쟁과 폭력, 인간 탐욕에 대한 반대의 메시지도 분명하다. 좋은 내용을 아주 예쁜 포장지에 담았다. 기억에 남을 달콤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