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다 한때인 걸

샌. 2015. 3. 22. 09:52

내 나이 즈음이 되면 손주 키우는 문제와 대면하게 된다. 자식을 출가시키면 홀가분해질 줄 알지만, 손주가 태어나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요즈음은 대부분이 맞벌이라 직장과 육아를 병행하자면 부모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자식 사정 뻔히 아는데 나 몰라라, 할 수 없다.

 

공무원이면 육아 휴직을 3년까지 쓸 수 있지만 회사원은 다르다. 법적으로 보장되었다고는 하나 3개월 정도만 애기를 돌보라는 회사가 대부분이다. 눈치가 보여서 더 있을 수가 없게 한다. 출산율 저하를 걱정만 하지 말고 이런 걸 확실히 보장해 주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여성 대통령이 당선돼서 기대했는데 나아진 것 하나 없다.

 

일본에서는 아기를 낳으면 충분한 육아 휴직이 보장되고, 지자체에서 돌보미를 지원해 주어 아기 기르기가 수월하다는 얘기를 지인을 통해 들었다.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고 자랑했다. 정치 지도자는 말로만 떠들지 말고 이런 좋은 제도를 배워왔으면 좋겠다.

 

주변에는 손주를 키워주는 사람이 많다. 전적으로 맡아 기르기도 하고, 옆에서 왕래하며 도와주기도 한다. 어찌 됐든 손주가 클 때까지는 매일 수밖에 없다. 손주 보는 게 재미있고 체력이 받쳐주면 낙이 될 수 있지만 대개는 부담되는 일이다. 어쩔 수 없이 감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 사정도 다른 집과 매일반이다. 그나마 베이비씨터를 쓰기 때문에 온종일 묶여 있지 않아 다행이긴 하다. 그러나 오후에 교대를 해줘야 하니 멀리 나들이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 요사이는 씨터가 나오지 않아 아내는 딸집에서 살고, 나는 두 집을 오가는 게 일이다.

 

투덜거리며 불평을 하면 아내는 말한다.

"다 한때인 걸."

그 한때는 언제까지일까? 제약을 받으니 가고 싶은 데도 많다. 한 푼의 즐거움 뒤에는 열 푼의 근심이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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