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지만, 어른이기에, 어른이어서, 어른이라서' 일기를 써야 한다고 간절하게 호소하는 책이다. 지은이인 김애리 작가는 스스로를 '일기 장인'이라고 소개한다. 열여덟 살 때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해 지금까지 20년째 일기를 쓰고 있다. 책 서두에는 이런 말이 실려 있다.
"이제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시시각각 변하는 자신의 내면세계를 차근차근 기록해나가는 일은 나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라고요."
내가 블로그에 올리는 글도 일기의 한 형식이라면 내 일기도 20년이 넘었다. 그 전에 노트에 썼던 일기는 많이 사라졌고 일부만 남아 있다. 내 일기의 역사도 만만치 않은 셈이다. 그러므로 일기를 예찬하는 지은이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일기는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과 같다. 자신의 감정에 정직해지는 일이다. 사회생활을 할 때 쓴 가면을 벗고 솔직한 자신의 모습과 대면하는 일이다. 내가 누구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성찰하는 방법으로 일기 쓰기 만한 것이 없다고 나는 믿는다.
일기 쓰기는 책 읽기와 병행해야 한다. 책을 읽지 않으면 일기 쓰기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책을 읽고 일기를 쓰는 습관이 누적되면 삶이 변한다. 자존감이 높아지고 당당해진다. 내 경험으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독서와 쓰기를 통해 삶의 고난에서 벗어난 사례를 무수히 들었다. 일기는 내가 나에게 따스한 위로를 전하는 일이기도 하다. 타인이 얼마나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위로해 줄까.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일 수밖에 없다.
삶이 평안하기만 한 사람은 일기를 쓰지 않는다. 굳이 쓸 이유가 없다. 인생의 쓴맛을 봐야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내 경우도 마찬가지다. 삶의 고비에 섰을 때마다 노트를 펴고 뭔가를 쓰게 되었다. 힘들 때라야 나를 돌아보고 의미를 묻고, 쓰게 된다. 내가 블로그를 시작한 것도 절망과 좌절의 수렁에 빠져 헤맬 때였다. 그 뒤로 블로그는 내 독백을 들어줄 유일한 친구가 되었다.
"엄마는 어떤 할머니가 되고 싶어?"
"일기 쓰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 할머니가 되어서도 예쁜 공책에 글을 쓰면서 살고 싶어."
지은이가 딸과 나눈 대화에 미소가 지어졌다. 지은이에게는 일기 쓰는 할머니가 미래의 일이지만, 나는 지금 일기 쓰는 할아버지가 되어 있다. 언제까지 살지 모르지만 죽는 날까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책 끝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다.
외로운 당신이 일기를 썼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곁에는 최소한 단 한 사람, 나 자신이 있다는 사실을 늘 기억할 수 있도록이요.
꿈 많은 당신이 일기를 썼으면 좋겠습니다. 꿈으로 가는 길이 너무 멀어 도저히 닿을 수 없다고 느껴질 때마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걷고 있는가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이요.
상처 많은 당신이 일기를 썼으면 좋겠습니다. 나를 치유할 힘은 내 안에 있으며, 마음을 들여다 볼 용기를 낸다면 다음 페이지에는 엄청난 일이 벌어질 수 있음을 경험할 수 있도록이요.
그 밖에도 실패하는 당신, 성공하는 당신, 자주 울고 넘어지는 당신, 마흔이든 쉰이든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이 많은 당신,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당신이 꼭 일기를 쓰면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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