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작가가 만화로 그려낸 한 소녀의 성장기다. 이름은 정미숙, 친구들이 "미숙아"라고 놀리며 불러도 제대로 대꾸하지 못하는 마음 여린 아이다. 그럴 만하다. 명색이 시인인 아버지는 무능하고 폭력을 휘두른다. 어머니가 식당 일로 생계를 꾸리지만 늘 쪼들리는 살림이다. 언니와도 소통이 안 되는 외로운 미숙이다. 가난과 가정폭력은 연약한 여자 아이를 위축시키기에 충분하다.
다행히 중학생 때 단짝인 된 재이라는 친구가 있어 미숙의 정신세계를 열어준다. 재이는 미숙과 달리 활달하고 직설적인 성격이다. 집과 학교에 갇혔던 미숙은 재이를 따라 작은 일탈을 경험하며 성장해 나간다. 그러나 이마저도 오래가지 못하고 미숙은 다시 홀로 서야 한다. 아버지와 언니마저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학교를 그만둔 미숙은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집에서 나와 독립한다.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미숙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미숙(未熟)인 상태로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겉으로 보이는 환경이 좋다고 나은 것도 아니다. '미숙아'라고 놀림 받는 미숙은 삶의 어려움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힘겹지만 뜨겁게 살아낸다. 곧 쓰러질 듯 연약해 보이지만 미숙은 잡초처럼 강인하다. 작가 또한 미숙의 그런 단단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어린 소녀가 놓인 상황이 안타깝고 속 상하지만 꿋꿋하게 살아가는 미숙의 삶이 가진 희망을 본다. '올해의 미숙'은 작년보다 더 성장하고 성숙해져 있을 것이다. 힘겨운 속에서도 나쁜 길로 빠지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아내는 이 세상의 많은 미숙들을 응원한다.
<올해의 미숙>은 믿고 읽는 출판사인 '창비'에서 펴냈다. 창비가 만화 시리즈를 낸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사람들이 점점 책을 안 읽는다고 한다. 아이든 어른이든 만화라면 부담 없이 책과 가까워질 수 있을 듯하다. <올해의 미숙>을 보니 만화라고 감동이 덜하지 않다.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줄 수도 있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는 이런 품격 있는 만화를 앞으로도 자주 만났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