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읽은 두 권의 책이다. 김연수 작가의 <청춘의 문장들>은 2004년에 나온 후 49쇄까지 찍은 베스트셀러다. 2년 전에 내용을 보강한 개정판이 나왔다. "청춘은 들고양이처럼 재빨리 지나가고 그 그림자는 오래도록 영혼에 그늘을 드리운다"라는 책 서두에 나오는 말처럼 청춘의 고뇌를 감명받은 명문장들과 연결하여 그려냈다. 작가가 30대에 들어서서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며 쓴 '삼십자술(三十自述)'이라 할 수 있다.
글에는 김 작가 특유의 감성이 오롯이 드러나 있다. 문학을 지망하던 20대의 작가가 무엇을 고민했고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탐구하던 젊은 시절의 모습은 그 나잇대의 나를 떠올리게 했다. 작가만큼 치열하지는 않았지만 방황하던 내 20대 역시 포근히 감싸안아주고 싶도록 따스하게 추억했다.
초판 서문에 나오는 한 부분이다.
"내 마음 한가운데는 텅 비어 있었다. 지금까지 나는 그 텅 빈 부분을 채우기 위해 살아왔다. 사랑할 만한 것이라면 무엇에든 빠져들었고 아파야만 한다면 기꺼이 아파했으며 이 생에서 다 배우지 못하면 다음 생에서 배우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그 텅 빈 부분은 채워지지 않았다. 아무리 해도. 그건 슬픈 말이다. 그리고 서른 살이 되면서 나는 내가 도넛과 같은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됐다. 빵집 아들로서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깨달음이었다. 나는 도넛으로 태어났다. 그 가운데가 채워지면 나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다."
<오롯이 내 인생이잖아요>는 70대(장명숙)와 40대(이경신)의 두 여성이 삶에서 생기는 다양한 주제들에 관해 나눈 대화록이다. 이 책 역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다루고 있다. 어떻게 나를 지키고, 어떻게 너를 대하고, 어떻게 즐기며 살 것인가에 대한 인생 지침서라 할 수 있다. 주로 40대의 질문에 대해 70대가 답하는 형식이다.
다만 대답이 상식적이고 고루해 보인다는 점에서는 아쉬웠다. 더운 여름의 땀을 식혀주는 한 줄기 시원한 바람을 기대했는데 미치지 못했다. 지은이가 자신을 개인주의자로 칭하며 인용한 멋있는 한 문장이 있었다. "Live and Let Live"라고 "나는 나대로 살고, 그들은 그들대로 살게 두자"의 뜻이다. 개인주의는 이기주의와 다르다. 내 자유가 중요한 만큼 상대의 자유를 존중한다. 내 자유를 맘껏 누리지만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우리 사회도 합리적이고 행복한 개인주의자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장명숙 씨는 70대에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되어 매일 설레는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밀라논나'에서 고품격의 열정적인 삶을 보여준다. 내 스타일과는 멀지만, 'Live and Let Live'가 아닌가. 세상은 온갖 색깔의 꽃들이 피어 아름답게 빛나는 화원이 아니던가.
'읽고본느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붓다의 치명적 농담 (0) | 2024.11.24 |
---|---|
허송세월 (0) | 2024.11.19 |
빅스비 선생님의 마지막 날 (0) | 2024.10.22 |
해방촌의 채식주의자 (0) | 2024.10.16 |
다윈 영의 악의 기원 (0) | 2024.10.08 |